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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Jul 16. 2017

천상의 화원 강원도 곰배령 가는길


평생은 고사하고 단 하루도 내뜻대로 할 수 없는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다락방이란 교회 소모임의 종강 모임을 루틴하게 해오던 동네에서의 나눔에서 벗어나 계획된 것이 강원도 곰배령 트렉킹이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를 체크 했지만 다른날은 폭염속 쨍쨍한 날씨를 예보했지만  유독 우리가 계획한 날은 하루전 까지도 꿋꿋하게 비소식을 예보했다. 이러다 날궂이 여행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다만  일기 예보가 정확하지 않기로 유명해서 이번에도 그 명성을 유지하기를 바랄 뿐 이었다.


전날 저녁 서울에서 모임이 있어 모처럼 만난 고교 선후배들과 어울리다보니 어느덧 자정이 지나 서둘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1시를 넘겼다. 늦게 마신 커피 탓인지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 5시20분에 알람을 맞추었지만 쏟아지는 폭우소리에 잠을 깨서 시간을 보니 4시반 이었다. 겨우 두시간여 잔거 같았다. 피로가 순간에 엄습했다. 혹시 폭우로 인해 곰배령 입산이 불가 한것이 아닌가하는 희망도 잠시 카톡에 남겨진 메세지는 여행사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잠시의 희망이 수포로 돌아가고 무거운 눈꺼풀을 끌어올리며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붉게 충혈된 눈을 바라보니 오늘의 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 했다.


당일치기이지만 국내에서 패키지 여행은 태어나 처음 인거 같았다. 분당에서 지하철로 이동하여 관광버스를 타고갈 잠실역에 내리니 100층이 넘는 우리나라 최고의 초고층 건물인  잠실 월드 타워가 구름을 뚫고 우뚝 서있는 모습이 하나님에게 도전하기위해 쌓아올린 바벨탑처럼 장엄하면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빗속의 산행이 예상되지만 일기예보를 비웃듯 도착해서는 비가 그치기를 다시 하나님께 기도 했다.



곰배령 가는길


처음 곰배령이란 이름을 들었을때 귀익숙 하면서도 참으로 토속적이고 정겨운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름끝에 령이 붙은것을 보니 하니 강원도 고갯길이 분명한데 산림청 통제하에 허가 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곳이라고 하니 숨겨진 비경이라도 있나 싶어 기대감에 가슴의 설레임도 느껴졌다.



버스에 오르니 새벽잠을 설친 여행객들로 버스는 서서히 침대칸 모습으로 변해갔다. 고속도로 에 접어들자 이른 시간임에도 명절을 앞두고 귀향하려는 차량의 행렬처럼 도로는 흡사 주차장의 모습 같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시간 여가 지났을까  가이드의 안내 방송에 침대칸 버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홍천 휴게의  입간판이 서서히 다가왔다.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기에 산을 휘감은 구름의 무리는 한폭의 동양화 처럼 여름의 신비스러운 정취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휴게소 정차의 목적인 볼일을 보러 화장실을 가는데 줄 끝없이 이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래서 국내 주말여행을 좋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호기심 많은 한국인의 발길이 이도로로 쏠렸는지 도로도 차량으로 가득했다. 자가용 대신 패키지 관광버스를 택한 선택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여행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도 가이드가 상세히 안내를 해준다는 것이기에 당일치기 국내여행 일지라도 그 법칙은 벗어나지 않았다. 곰배령이란 곳이 오래전 강원도에서 서울로 과거길에 오를때 지나던 깊은 고갯길로서 워낙 오지라서 625전쟁때도 전쟁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원시자연을 품은곳이라 유네스코 자연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산림청에서 입산시간과 사람숫자 까지 통제 한다니 얼마나 대단한 곳인가 기대감 지수가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도착하니 10시반. 왕복 10여키로의 산행길로 가이드가 4시간여의 시간을 주었다. 평소 평지에서 1시간에 5키로를 걷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산행이기에 빠듯한 시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배령 입구에서 예약자 확인을 하고 입산 허가표를 받는것이 이채로왔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강원도 여느 산행길과 특별히 다른것은 없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라 이미 마음을 추스렸기에 기대보다 못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가끔씩 보이는 민가가 이렇게 철저한 통제 구역 안에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30여분을 오르자 노변에 자리잡은 식당에서 동동주 한잔 하고가라는 상인들의 외침과 파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의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그곳을 벗어나자 길폭은 좁아지고 경사가 약간은 가파라지기 시작했지만 등산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코스를 트렉킹이라 부를만큼 평탄한 산행길이라 심장의 박동수호흡 거칠어 지지 않았다.



잠시 비를 멈추긴 했지만 숲속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탓인지 아마존 열대우림의 분위가 느껴졌다. 워낙 오지였기에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이 어느시골 마을의 신령한 나무들처럼 기묘한 모습으로 널부러진 모습은 그동안 다녀본 에서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쥬라기 시대에서 보는 고사리 잎을 닮은 커다란 양치류 식물들이 지천으로 깔리고 깊은 숲에서 뿜어내는 순도 높은 산소는 폭우를 뚫고 새벽잠을 설치며 이곳에 오는 동안 쌓였던 피로를 덜어내는듯 몸이 가뿐 하였다.



올라갈수록 계곡의 크기가 줄어들더니 물이 졸졸 흐르는 정도가 된것을 보니 정상에 가까이 왔다는 증거다. 점차 안개가 심해지더니 갑자기 평원 비슷한 커다란 구릉이 눈앞에 펼쳐졌다.



안개로 수십여미터 이상 보이지 않지만 이곳이 곰배령의 끝자락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랑비가 내려 우산을 펼쳐들자 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아마도 멀리서보면 이곳이 짙은 구름으로 둘러싸이고 우리는 구름 한가운데 있을것이다. 산책로를 따라 얼마를 걸어가니 곰배령 정상 표석이 보였다. 거기에 새겨진 글을 보니 정겨운 어감으로 느껴진 곰배령이 누운 곰의 불룩한 배의 모습이라하니 우리가 커다란 곰의 배를 딛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


주차장 입구에서 마주친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란 타이틀을 보며 트렉킹길이 수많은 야생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가끔씩 보이는 한 두송이 야생화 민가주변의  꽃밭밖에 못보았기에 천상의 화원이란 말이 너무과장된 표현이 아닌가 싶었는데 정상에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니 아마도 그곳이 계절내내 야생화 군락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싶다. 폭우속 급한 마음에 천상의 화원을 찬찬히 살피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얼마를 내려오니 비가 잠잠해지고 숲속 하늘 사이로 햇살까지 보였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좋은날을 허락하기를 하나님께 기도 하지만 결국에 인상적인 여행은 순탄한 날씨보다는 스펙타클한 날씨가 어울러진 여행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너무도 순탄한 삶이라면 굳이 하나님께 기도의 명분을 잃을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거친 비 바람이 몰아치는 인생의 폭우속에서 날이 개이기를 기도하고 맑게 개인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기도의 명분을 찾을 필요가 있기 때문일거다.


하신길에 만난 전을 구어내는 구수한 기름향내의 유혹은 곰배령 산행의 마침표와 같았다.



얼마후에 감자전과 산나물전이 식탁으로 올라왔다.

갈아 만든 감자전은 많이 먹어 봤지만 그위에 감자를 채로 놓은 감자전은 처음이다. 아래는 부드럽고 위는 사각거리는 식감과 맛이 뛰어났다.


취나물 곰취나물등으로 만든 산나물전은 처음으로 먹어본 전이다. 강원도의 맛이 느껴지는 바싹한 느낌의 산나물 향이 입가에 가득 느껴지는 전이다.


한나절의 여행이지만 변화 무쌍한 날씨로 인상에 남는 기억을 남겨주시고 맛난 음식까지 허락하시니 참으로 감사한 하루가 아니던가 ?


게다가 좋은 형제들과 아름다운 자연속에서의 교제는 보너스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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