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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Sep 15. 2017

집앞에서 만난 폭풍의 언덕

분당의 사계 2. 여름

여행과도 같았던 아침 산책길


오늘 아침 집앞에서 폭풍의 언덕 본고장 영국을 만났다.


창밖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에 잠이 깨어 산책을 위해 집밖으로 나섰다가 혹시나 싶어 우산을 챙겼다. 걷기 시작한지 여분도 지나지 않아 태양까지 보였던 맑은 하늘에 검푸른 구름이 드리우더니 거칠게 바람이 불어대며 비를 쏟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분도 안되어 비가 그치더니 구름 사이로 다시 해가 나오고 그러다 비가 오기를 반복 하였다.



오래전 영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적 이었던것이 여자의 마음과 같던 예측할 수 던 날씨기에 오늘 아침의 산책길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잠시 영국으로 다녀온 듯 옛 추억에 잠길수 있었다.


탄천의 지류인 분당천을 따라 올라가 자그마한 호수가 있는 율동공원으로 돌아오는 10여킬로 두시간여의 산책길이 너무도 변화 무쌍하여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긴 여행을 다녀온 착각을이 느껴질만큼 인상적인 아침이었다.


잦은비로 아파트 숲을 가로 지르는 개천은 오늘 만큼은 설악산의 계곡이 부럽지 않다.



넘쳐나는 물로 제방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비웃을지라도 오늘만큼은 부럽지 않다.



수분을 머금은 갈대들이 바람결따라 일렁이는 호수는 스코틀랜드 장엄한 호수가 부럽지 않다.



오늘 같은날이 내일도 모래도 계속 지속된다면 지겨워질수도 있겠지만 그러하지 않을것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오늘과 같은 날은 삶의 비타민이다.



오랜 친구와 같은 분당천


오랜 산책길 분당천은 분당의 호수 공원인 율동공원에서 아파트 숲을지나 탄천에 이르는 폭 5~10미터 길이 약 4킬로미터의 자그마한 하천이지만 10여년 가까이 산책하면서 참으로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상류는 인공호수인 율동공원 제방에 가로막혀 평소에는 산에서 발원한 물의 원천이 끊어진 반쪽짜리 하천이라 평소 수량이 적고 탁해서 참으로 안타까울때가 많았다.


그러나 금년 여름 잦은 비로 제방이 물로 흘러넘쳐 분당천이 하천의 본 모습을 찾으니 아파트 숲으로 둘러쌓인 도심에서 잠시나마 설악산 계곡과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음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경쾌한 물소리를 들으며 지천으로 널린 잉어들의 힘찬 몸짓을 보는것도 이 특별한 산책길의 보너스다.


물길이 열리니 조그마한 하천도 이토록 아름다와지는데 인간의 얄팍한 술수에 의해 갇혀버린 우리의 4대강 물길도 다시 열려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



스위스에서의 감동을 분당천에서 만나다


많은 비로 개울에 물이 흘러 넘치진 않더라도 요즘의 아이들은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개울물에서 잉어가 뛰어놀고 아름다운 철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 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집 근처 개울가에서 잉어가 노니는 모습은 고사하고 피라미 한마리도 찾기가 어려웠다.


개울가는 악취로 진동하고 근처 공장에서 흘러 드는 공장 폐수로 그곳은 협오스런 장소로 기억되곤 하였다.


대학시절 유럽 배낭 여행중 들린 스위스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것은 융푸라우의 만년설도 인터라켄의 비취색깔 호수도 아닌 가족들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어울리며 노닐던 베른 시내 중심가를 관통하며 흐르던 맑디 맑은 작은 천변이었다.  


부러움으로만 끝날줄 알았던 도심속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 일상에서 만날줄은 정말 몰랐다.



팔뚝 만한 잉어들이 느긋하게 유영을 즐기고 물위로 뛰어오르는 피라미떼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런 장면이다.



자연의 복원력은 놀랍다.

자연에 사람의 손길이 거두어 내면 스스로 물길과 숲길을 내고 맑은 물은 새들을 꼬이게 만들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미혹케 하여 사람의 눈길을 즐겁게 만든다.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닮아가면 사람들 보기에 즐거움을 주는 이가 될텐데 내 맘 하나 다스리기가 어쩜 이리 어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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