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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Nov 27. 2017

겨울 문턱에서 만난 제주 동백꽃


11월말 겨울의 문턱


봄날과 가을이 혼재된

제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


흐드러지게 피어난 붉은 빛 동백꽃과

땅바닥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은행잎의 조화가 절묘하다.


가을인지 봄인지

봄인지 가을인지


가을의 문을 닫으려는

11월의 마지막이 무색하다.


오래전 여수 동백섬에 가서도 동백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제주에서 만난 동백의 붉은 빛깔이 지금도 마음속 깊은 잔상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봄날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의 군무에 탄성을 자아내다가도 곧 시큰둥해지는 이유가 아름다움도 흔해지면 더 이상 아름다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문이 닫히기전 피어난 붉은 빛 동백이기에 겨울 문턱 잿빛과 대비되어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는것은 아닐까 ?


눈발이 휘몰아치는 흰빛 세상에서도 동백꽃의 붉은 빛깔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이 매혹이 아니라 경이로움 일것이다.



사랑하는 님을 두고 떠나가는

연인의 심경처럼


친구를 제주도에 남겨두고

공항에서 헤어질때 애틋한 아쉬움이 다가왔다.


1박2일 동안 오랜 벗과의 짧은 여행에 대한 아쉬움인지 아니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기나긴 겨울을 견디어야 할 벗에 대한  안스러움인지는 모르겠다.


7년전 서울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천혜향 농장을 일구어 보겠다고 홀연히 낙향했을때 그의 결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000여평의 황무지 땅을 갈아 수천그루 천혜향 묘목을 한그루 한그루 심어가며 훗날의 결실을 꿈꾸던 친구를 안스러움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잠자리가 바뀐 탓일까 창가로 빛이 서서히 스며들때 평소 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벗의 보금자리인 컨테이너 박스를 나와 그의 피와땀의 현장인 비닐 하우스로 들어가자 눈앞에 펼쳐진 푸름과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노란 빛깔의 조화는 장관 그 자체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천평의 천혜향 농장을 홀로 외로움을 이기며 일구었을 벗을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대지를 적시울때 비닐하우스 안에서 온몸을 방제복으로 무장한채 농약을 뿌리는 중이라는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벗의 목소리가 그리도 안스러웠건만 이렇게 십수만의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애씀 이었던가 ?


지난 여름 지리산에서 만났던 또 다른 벗의 십수년에 걸쳐 일구어온 그의 왕국 길섶을 바라보며 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집념에 경외심을 가졌건만 제주에서도 벗을 통해 그때의 경외심을 다시금 느끼게 되니 그런 벗들을 가진 나자신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이었던 사업이 수년전 삐거덕 거린후 아직 까지도 본 궤도를 찾지못해 한숨이 커져가는 시간이기에 이러한 벗들의 성취는 삶의 교훈이자 에너지다. 벗과의 애틋한 느낌이 기분좋은 여운으로 다가왔다.




충동적으로 떠난 제주섬


가는 가을이 아쉬워 아침에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케팅해서 제주에 왔는데 역시 제주는 아직 가을의 중심에 있다.


바람은 매섭고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럽고 상쾌하고 거리의 야생화만 보면 봄날의 정취까지 느껴졌다.



제주시 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제주공항 풍광도 장쾌하고 제주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용두암도 예나 지금이나 한자리를 지키며 곧이라도 승천할 기세다.



서울서 부산까지 KTX로 6만여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반값으로 제주까지 올수 있으니 세상 많이 좋아졌다.



용이 사는 계곡 ?


제주에 이런 협곡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용두암 근처의 용연이라고..

오랜시간전 지진으로 땅이갈라지며 협곡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협곡 사이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과 바다가 만나 짙푸른 심연을 이룬 모습이 장관 이었다.



한여름날 물놀이나 뱃놀이 충동이 일렁이는 멋진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들은 잘 알 수 없는 방어횟집.


제주에 사는 친구가 데리고 횟집이었는데 평범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유명한 횟집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6시 이전에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하여 5시반경에 도착했는데 30여분이 지나자 식당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3명이 먹어도 충분한 큰접시가 3만5천이니 착한가격 다. 큼직막하게 썰어진 횟조각에 지방으로 보이는 가는 흰줄이 식감을 작극 하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제주도 현지에서 먹는 방어회 맛이 장난이 아니다. 방어가 큰 어종인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크기보다 훨씬 큰 참치에 가까운 대방어 라고 하였다.


쫄깃하면서도 입안에 넣으면 살살녹는 식감과 깊은 단맛이 느껴지는 그 맛을 서울에 있는 고급 횟집 이라 하여도 제주에서 경험하는 이 대방어의 신선한 자연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까?


처음 맛보는 방어튀김 머리구이도 별미였다. 가장 맛난 시즌이 1~2월이라고 하니 제주도에 사람이라면 꼭 이곳을 추천하고 싶었다.



제주섬에는 한라산만 화산 이던가?


제주도 화산하면 떠오르는것이 한라산 이건만 한라산에서 기생하여 귀여운 화산의 모습을 하고 있는것이 오름이라 하는데.


동네 언덕배기 모습을 하고 있는 오름.


민둥산 모습의 오름이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멋을 자아내고 깊게 파인 고랑은 수백만년전 용암이 분출했던 흔적이라고 하니 참으로 비범한 동산이 아닐 수 없다.



해발 300미터, 지면으로부터 100여미터의 오름을 산책하듯 오르니 그림처럼 펼쳐진 제주 평야가 답답한 속을 뻥 뚫어 놓았다.



저멀리 아스라히 한라산이 제주 오름들의 호위를 받아 왕의 위세를 떨치듯 구름위에 솟아 있고 제주 368개의 오름을 오르며 제주의 숨겨진 비경을 샅샅히 보고 싶은 충동이 일렁였다.



여기가 진정 제주 바다 ?


제주를 여러차례 다니고 했지만 이렇게 에메랄드 빛 아름다운 바다를 만난것은 처음이다.



오늘 날씨도 흐린데도 푸른 물빛을 잃지 않는데  날씨가 좋을때면 얼마환상적일까?


기대치 않았기에 가슴은 더욱 벅차오르고 힐링이란 단어가 머리속을 떠올랐다.



가는날이 장날 ?


예전 감동 깊게 읽었던 책

"그섬에 내가 있었네"



제주의 아름다움을 죽음과 맞바꾼

사진작가 김영갑


그의 갤러리를 꼭 가보리라 다짐하고

그리고 오늘 실행했건만 수요일이 휴관일이라고는 꿈에도 꿔보질 못했는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어느 무명 사진작가의 치열했던 삶의 이야기다.


제주도를 사랑했고

오름과 함께 삶을 부디끼고

마라도에서의 고독을 즐겼던

그의 이름은 김영갑이다.


궁핍함속에서도 사진에대한 그의

열정과 애착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그의 작품속에 녹여냈다.


사물의 피사체는 객관적 관점이

아닌 작가의 주관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표출됨을 증명한,

처절했던 그의 작가 정신에 경외를 보낸다.


천재는 단명하는게 무슨 우연의 조화던가 ?

어느날 갑자기 그에게 찾아온 루게릭병은 거칠었던, 처절했던 그의 삶을 추적해가던 나의 가슴에 멍애를 씌운다.


그가 말했다.

 '손바닥만한 창으로

 내다본 세상은

 기적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고..



우리나라의 보석과도 같은 제주도.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자연을 한곳에 모아둔 듯 발길 닿는 곳곳마다 눈길을 떼기가 어려운데

성읍과 같이 오랜 시간전 제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들도 있으니 이처럼 관광지로서의 퍼펙트한 콘텐츠를 간직한곳이 세계 어느나라에 또 있을까 ?



화산섬의 향기가 느껴지는 검은 돌담과 섬나라  민초들의 삶의 터전인 소박한 초가집 그리고 계절을 잊은듯 붉게 만개한 동백꽃, 감들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들 모두가 정겹다.


참으로 감사하고도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제주도다.



24시간 즉흥 제주 여행


루틴하기만 하던 일상이

스텍타클 24시간으로 바뀌어지니

그래서 여행은 할만한 가치가 있나보다.


Bye Jeju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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