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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 Dec 15. 2016

파스토루리, 생애 첫 빙하

12월 12일(5일차)


아킬포에는 한국인이 참 많다. 호스텔 주인 삼형제 얘기를 들어 보면 한국인이 몰리기 시작한 지는 4~5년 정도 됐다고 한다. 어떤 한국인 한 명이 호스텔에 지내면서 이 곳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 사람이 떠나면서 내가 이곳을 강력 추천할게! 한 이후로 급격히 한국인 방문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주로 남미 여행을 떠나는 12월~2월은 사실 와라즈에서는 비수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한국인들이 다 아킬포로 몰려와 주기 때문에 아킬포 입장에서는 일 년 내내 비수기가 없다는 거다.

한국인이 이렇게 몰리는 아킬포에서 라면이나 소주 같은 한국 식품을 조금이나마 판다면 한국인들에게 반응도 좋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곳에서 머문 4일 동안 본 것만 해도 소주, 햇반, 라면, 고추장 기타 등등을 들고 와서 먹는 한국인들이 엄청 많았고 가방 여건상 충분히 그것들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 또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새로 체크인하신 다른 동행자분들과 호스텔 주인에게 이 말을 해 줬더니 눈빛이 반짝거린다. You can be rich! 하니까 “부자? 부자?”라고 대답하던데 부자라는 단어는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아무튼 내년 초 호스텔을 증축하고 리모델링할 계획이 있다고 하던데 그 때 스몰 아시안 마켓을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내가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있다니까 와서 운영하란다. 사실 내 전공 학점은.. (말잇못)

파스토루리 빙하 투어는 오전 9시에나 출발하기 때문에 일정이 여유로운 편이다. 난이도도 높지 않고 심지어 올라갈 때는 말을 탈 수 있어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힘을 들이는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걸까, 사실 69호수를 마주했을 때 밀려왔던 감동에 비해서는 그냥 춥고.. 하얀 얼음 덩어리..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투어하는 동안 날씨가 눈보라를 넘어서서 우박보라(?)여서 도저히 풍경을 충분히 즐기고 올 수가 없었다.

산타크루즈 트레킹을 하지 않기로 한 이상 와라즈에서 계획했던 투어 일정은 끝이 났다. 오늘을 포함해서 2박을 더 머물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동안 푹 쉬고, 다음 도시는 바다가 있는 트루히요로 떠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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