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의 진실

쓸데없는 소리를 정성스럽게.

by 온아


최고의 배달음식은 무엇일까?

다양한 음식들이 라이더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겠지만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 통닭 지금 말로는 치킨은 분명 있을 것이다.

외식 한번 하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 통닭은 그야말로 최고라는 찬사가 붙는 음식이었다.


내가 살던 마을에는 피자집은 없어도 통닭집은 두 곳이나 있었다.

덕분에 피자는 중학교 때 처음 먹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이마저도 희미한 기억이지만...

농번기 새참으로 통닭은 날개가 달린 듯 집으로 논으로 안 가는 곳이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배달의 민족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그 넓디넓은 논들로 찾아오는 사장님이 참으로 신기했다.

명절 또는 집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는 어땠을까?

맥주 한잔과 더불어 최고의 손님 대접이었다.

내가 조선시대 사람은 아니라서 처음 기억하는 통닭의 가격은 6000원부터 시작을 한다.

콜라 한 병과 양배추샐러드 그리고 네모 반듯한 허연 무까지.

은박지가 터질듯하게 높이 쌓인 통닭은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밥상에 혹은 장판 맨바닥에 자리 잡은 통닭을 중심으로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그리고 나까지 다섯 식구가 영롱한 통닭과 마주했다.

녀석은 한 마리 그리고 입은 다섯 개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물론 그땐 몰랐다. 누군가 숭고한 희생정신이 필요했다.

그 몫은 늘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희생이 있었기에 삼 남매는 한 마리를 가지고 배부르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다섯 식구가 입을 모았던 곳에서 독립한 지 20년이 흘렀다. 삶은 풍요로워지고 다섯 식구가 비좁은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입을 모을 필요도 없고 통닭을 따사롭게 감싸고 있던 은박지가 언제 개봉될지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된다.


어느새 나도 가정을 꾸렸다.

밥상보다는 땅바닥보다는 식탁에서 먹는 통닭이 허리도 아프지 않고 편하다.

이제 아들이 아닌 삼 남매 중 막내가 아닌 아빠가 되어 아들의 배고픈 배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해 본다. 이제 통닭 한 마리에 세 식구 머리를 맞댄다. 그 거리는 어찌나 넉넉한지 빈틈이 많이 보인다. 없어서 못 먹던 어린 시절에 비교하지니 두 세 조각 먹고 나니 금세 배가 불러온다. 딱 첫 조각의 통닭이 입안으로 들어갈 때가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두 번째 세 번째 조각이 들어갈수록 배는 쉽게 부르고 느끼하고 속이 편하지 못하다. 무릎을 탁 치고 유레카를 외쳐본다.


정답을 찾은 내 눈은 오랜만에 반짝인다. 통닭을 처음 먹어 본 아이부터 틀니든 임플란트이던 백발의 노인까지 통닭은 맛있다는 것을 다만 개수가 줄어 간다는 것을 알았다.

어릴 적 어머니 아버지는 숭고한 희생정신보다는 가장 맛있는 정량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물론 부모님의 사랑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냈겠지만 말이다.

이것이 내가 알아낸 통닭의 비밀이다.


"여러분은 뷔페에서 첫 접시가 맛있나요?

아니면 통닭은 두 세 조각이 가장 꿀맛인가요?"



제가 알아낸 '청춘이냐 아니냐'의 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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