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새로운 일상
출산부터 육아까지 남편 눈으로 바라보다.
4. 일상
come back home.
우리 가족은 드디어 꿈꿔왔던 일상으로 돌아왔다.
출산과 더불어 산후우울증이라는 변수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의 모습으로 말이다.
범퍼 침대가 있고 멜로디와 함께 모빌이 돌아가고,
아이 용품들이 가득한 집으로 말이다. 어느새 신혼집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아기자기한 유아용품들이 가득한 집. 이전과 같은 곳이지만 다른 집.
이곳이 앞으로 우리 가족이 추억을 만들 공간이다.
우리는 그토록 원했던 일상으로 돌아온 듯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일상이지만 새로운 일상이었다.
마치 군대 이병처럼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좌충우돌 육아를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육아는 당연히 처음이었고,
심지어 “온유”라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어색해서 한동안 튼튼이라는 태명을 꾸준히 불렀다. 온유라는 이름이 우리 부부 입에 붙는 것도 한참의 시간이 걸린 거 같다. 아이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도 서툰 그런 엄마, 아빠.
아침은 늘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내가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혹시나 아내와 온유가 깨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까치발로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나가는 소리에 온유가 깨기라도 한다면, 아내의 단잠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새벽마다 수유를 하는 아내는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사 일에 특성상 외부 출장으로 장거리 운전할 때도 많고, 때로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현장 업무를 할 때도 있었지만, 퇴근길에 모든 피로는 회사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와 “함께하는 육아”에 전념했다.
하루 동안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리며 육아가 아닌 산후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아내의 마음을 알기에 퇴근길 내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과 눈을 마주치고 놀아줄 시간은 제한적이기에 나는 피곤함은 주머니에 접어두고 다시 한번 힘을 내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
매일 문 앞에서 나는 다짐했다.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하루 동안 있었던 내 개인적인 힘듦을 얼굴로 표현하지 말자고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난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으면 엄청난 힘이 생기는 것처럼 새로운 에너지로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게 노력했다. 핸드폰은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때를 제외하고 내려두었다. 좋아하던 게임도 과감히 지워버렸다. (그 덕분인지 현재까지는 아들과 매우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내가 퇴근하고 나면 아내는 수많은 날이 화가 나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아이언맨이 되고자 했다면,
아내는 헐크가 되고자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육아 참여도가 부족한가?’
'얼마나 더 잘해야 는 거지?'
'대체 뭐가 저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얼굴이 어둡고
기분이 안 좋은 걸까? 내가 대체 뭘 잘못했을까'
이런 의문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내가 육아휴직을 쓰고 나서 알게 되었다. 아내의 얼굴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아들과 씨름하고 집안일로 지쳐버린 얼굴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쉽게도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매일 같은 일상과 미세먼지로 가득한 세상.
그리고 집에 남겨진 아이와 엄마.
작은 공간에서 아내는 지쳐가는 것이었다.
역시 서로의 입장을 백날 바꿔서 생각하는 것보다.
서로의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아내의 진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아내가 산후우울증으로 매일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육아휴직 동안 “함께 하는 육아”를 하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나도 지금,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퇴근 후 서로를 맞이하는 말 한마디》
- 남편 편
“여보 오늘도 수고 많았어, 이제 내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
“오늘 저녁은 뭐야?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동안 조금 쉬어.”
“나 왔어! 우리 가족 너무 보고 싶었어.”
어떤 멘트든 가벼운 스킨십과 함께 아내에게 먼저 다가서자. 뽀뽀도 좋고 손을 잡아줘도 좋고 토닥임 또는 포옹도 좋다. 내가 당신을 하루 동안 얼마나 걱정하고 “내가 왔으니 이제 걱정하지 마”라는 동지애를 느끼게 해 주자.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남다른 나의 편이다.
- 아내 편
“여보. 오늘도 너무 수고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어서 와! 우리 가장 우리 보고 피로 다 날려버려.”
아내도 남편과 마찬가지다. 가벼운 스킨십으로 당신을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 가정을 위해서 고생했다는 느낌을 주자. 남자는 칭찬과 표현에 그 행동이 더할 나위 없이 발전하기도 한다.
- 현실 편
아내 : “내가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남편 : “그럼 나는 회사에서 놀다 왔냐?”
현실이 아닌 이상적인 부부가 되어보자. 조금 닭살 돋을 수도 있다. 안 하던 것을 하려면 조금 어색할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들은 쌓여서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보고 배운 것들을 그대로 표현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수다쟁이 엄마, 특히나 아빠가 수다쟁이가 되어야 한다. 육아의 중심은 엄마이다. 하지만 중심이 어긋나지 않게 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아빠이다. 중심과 추가 원활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만 가정은 온전하다.
“엄마, 아빠가 행복해야만 한다. 그래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