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 이름도 거룩한 통잠

출산부터 육아까지 남편 눈으로 바라보다.

by 온아

6. 그 이름도 거룩한 통잠


통잠 [명사] 한 번도 깨지 아니하고 푹 자는 잠.

새벽 5시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거실과 방안에 고요한 적막을 깬다.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나와 아내는 비몽사몽 눈을 뜨고, 서로를 마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되는 몽롱한 상태는 금방 현실로 돌아온다.

‘어? 온유가 자고 있네?’

‘곧 깨겠지?’

굳이 살을 꼬집어 보지 않아도 꿈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온유는 내 옆에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곤히 잠들어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창밖으로는 통이 트고 있었다. 온유는 저녁 10시부터 아침 7시가 넘어서까지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잤다. 무려 700일 만에 통잠을 잔 것이다.

감기에 걸려서 약 기운에 한두 번 통잠을 잔적은 있지만 정식적인 통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온유도 여느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밤새 곤히 자는 아이가 되었다.


온유는 700일이 넘어서야 통잠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해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온유는 700일가량 되었고, 아내는 임신 중 배가 불러오면서 잠을 뒤척이고,

새벽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나서 출산 전까지 합치면 800일가량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정말 빠르면 50일의 기적 또는 100일의 기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기적일 뿐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수면 교육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부부도 시도해 보았다.

수면 전 일찍이 잠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찾고 찾아 전문가 혹은 육아 고수의 경험까지

실천했지만, 어김없이 온유는 새벽 5시쯤 깨서 밥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모유 그다음에는 분유 마지막에는

우유로 넘어가는 순서였다. 늘 같은 시간.

분명 잘 못된 습관이지만, 습관이라고 하기에는 먹는 양이 어마어마했다.

밥 달라고 우는 울음소리는 알람에 가까웠고, 우리 부부에게는 웬만한 공포 영화의 비명은 저리 가라는

공포의 소리였다.


처음에는 할만했다. 체력에도 문제가 없고, 육아 초보인 우리 부부는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날이

더 많았기에 피곤을 따지고 어쩌고 할 여력도 없었다. 흔히들 아이를 울리면 된다고 하지만 방음이 잘되지

않는 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지금은 이사했지만, 온유가 유아 시절을 보냈던

집은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빌라였다.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온유를 한 없이 울릴

자신이 없었던 우리는 꼬박꼬박 굶주린 온유의 배를 채워주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기가 이렇게 어렵고 늘 배워야 하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음 문제가 주어지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육아는 끊임없이 엄마와 아빠의 레벨업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온유는 2.74kg으로 태어났다. 나름 요즘 아이들과 비교하면 작게 태어난 아이이다.

출산 당시 몸무게는 진짜 몸무게를 숨겨둔 몸무게였나 보다.

온유는 마치 엄마 뱃속이 작아서 어쩔 수 없이 작은 모습을 선택했다는 듯이 또래 아기들보다 많은 양의

모유, 분유, 우유를 챙겨 먹으면서 결국 뚱뚜루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처음과 다르게 아내와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지쳤고, 아내는 남편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게 배려해 주었다. 새벽에 온유를 돌보는 것은 아내가 늘 도맡아서 했고, 아내가 힘든 날이나 혹은 아픈 날 그리고 내가 쉬는 날이면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아무리 아내가 배려한다고 해도 온유의 울음소리와 아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나 또한 편하게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반대로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쉽게도 우리는 둔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출산하면서 약속한 것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육아로 피곤해도 남편은 거실,

아내와 아이는 방에서 자는 수면 습관은 갖지 말자고 말이다. 잠은 함께 자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혼자가 편해지면 함께라는 것이 어색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리 아이는 수면 교육을 시켰지.”

“그거 며칠 울리면 된다니까.”

“우리 아이는 그냥 통잠 잤다니까! 얼마나 효자인지.”


정말 부러웠다.

목청 좋은 온유가 그 고요한 새벽에 배고파서 밥 달라고 울기 시작하면 달래지기는커녕 누군가 아이의 볼륨을 끝까지 올려놨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방안을 울음소리로 가득 채우곤 했다. 그때, 우리는 사실상 수면 교육을 포기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밤을 보내곤 했다.


'그래 먹어 보렴! 너도 언젠가는 자겠지?’ 하며 말이다.

단, 온유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우리는 매일 낮에도 자기 전에도 온유에게 설명해 주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밥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혹시나 이 말을 알아듣고 온유가 새벽에 잠이 깨서

아빠와 엄마 말이 생각나 다시 눈을 감고 잠드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400일 때는 통잠을 자겠지...

500일 때는 통잠을 자겠지...

600일 때는 통잠을 자겠지...

700일 때는 통잠을 자겠지…


하던 것이 결국 700일이 넘어서야 통잠을 잤다.

주위에서는 통 잠을 못 자서 어떡하냐? 밤에 우유 먹으면 아이 치아에 좋지 않다며 걱정 섞인 말들 한 마디씩 했다. 분명 부모가 부족해서 통잠을 못 자고 3살이 되어서야 통잠을 잤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하나 더 쪽쪽이(공갈 꼭지)도 3살이 되어서야 끊게 되었다. 밤수와 쪽쪽이를 3살 때 끊은 것이다.

분명 평균치보다는 늦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키울 때 부모의 올바른 주관은 굉장히 중요하다. 타인의 말에 휘둘려서 좋을 것도 하나도 없지만,

너무 귀담아듣지 않아도 문제다. 분명한 건 부부만의 육아의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줏대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 결국 미소 지으면서 밤수와 쪽쪽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당시가 즐겁고,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100% 거짓말이다. 매일 피곤했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아이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육체의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동반되어 하루가 몽롱한 상태였다


분명 잠을 푹 자면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지고, 피곤함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온유에게 강요할 마음도 없었고, 그 과정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다치고 소모하고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육아 방침이었다.

분명 이 선택은 아이가 하나밖에 없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온유는 또래에 비해 말귀도 잘 알아듣고, 말도 또래 비하면 빠른 편이었다는 전제가 깔린다.

온유는 스스로 우리말을 이해하고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표현할 때쯤 밤수와 쪽쪽이를 끊게 되었다.

그것도 온유 혼자의 의지로 말이다. 단 한 번의 울음과 짜증 없이 해냈다. 물론 기나긴 밤수와 쪽쪽이가 온유 몸에 좋을 일은 없지만 결국 우리의 기다림과 꾸준한 설명이 통한 샘이다. 기간이 오래 걸렸지만, 막상 때가 되니 아주 쉽게 끊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지금은 아주 건강하다.

아내와 나는 서로 힘을 잘 합치는 편에 속한다. 그래서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육아 관련해서 이런 말이 있다.

“육아는 아이템 빨이다.”

난 이 말보다.

“육아는 팀 빨.”

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양육할 때 정말 뜻이 맞고 든든하게 내 뒤를 지원해 줄 팀원이자,

한편으로는 나를 이끌어주는 팀장인 동반자가 내 옆에 있다면 두려운 것이 있을까?

그 팀원은 운 좋게 얻어걸릴 수도 있지만, 부부간의 많은 대화와 배려 그리고 노력이 있다면 능력치가 좋은

팀원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팀을 강하게 만드는 신생팀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이 글을 읽는 초보 부모 또는 예비 부모도 얼마든지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다.

값비싸고 기능이 좋은 바운서보다 아빠의 팔에서 아빠의 온기와 체취를 느끼며 잠든 아이가 더 행복할

것이고, 그 어떤 좋은 태교 음악보다 일상에서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대화와 행복한 웃음소리만큼 좋은

소리가 있을까?


아내와 내가 육아라는 조직에서 서로에게 마음이 맞지 않는 팀원이었더라면 수면과 쪽쪽이라는 전쟁터에서 내부 가릉이 더 심해질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면 긴 시간을 이겨냈다.

아마도 아이가 성장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밤수나 쪽쪽이보다 더 한 상황들은 많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힘이 되는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아내와 남편이다.

태어나서 콩알만 했던 부모의 사랑은 쑥쑥 자라서 온유가 처음부터 우리가 가족의 구성원이었던 것처럼 큰 사랑이 되었다. 아이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부모이다. 하지만 제자인 아이에게도 부모는 인생을 배운다. 그러므로 아이들도 부모의 스승이 될지도 모른다

.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워가며 우리는 진짜 부모가 되어간다.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빠가 아니라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이제는 없어서 안 될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700일 무렵 온유에게 쪽쪽이는 장난감같은 물건이 되었고 스스로 작별했다.




《수면 교육》


p.s 올바른 수면 교육으로 저와 같이 피곤해하지 마시고 일찍 육퇴를 하시는 육아 고수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생후 6주~2달에는 수면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패턴은 3~4개월에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기에 이 시기에 수면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수면 교육에 중요한 사항

-아이가 안아서 잠드는 습관을 만들어 주지 않기

-젖이나 쪽쪽이를 물려 재우지 말고 등을 대고 눕혀서 재울 것

-눕힌 후 이야기나 자장가 등 일정한 행동을 15분 이상 매일 반복


2. 포기하지 말자

아이의 울음에 당황하거나 저희 부부처럼 상황과 타협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배우는 것이 아이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매일매일 반복하면 되고 아이가 학습에 성공이 있다면 시기에 늦었다는 말은 없습니다. 다 아이와 부모의 때가 다른 것뿐입니다.


3. 비교하지 말자

분명 평균은 있지만 모든 아이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갓난아이들도 각자 아이들만의 개성이 있기에 아이들이 개성도 인정해 주고 그것에 맞게 수면 습관을 만들어서 가면 됩니다. 다그칠 필요도 없고 강요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남편이 서로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




“육아는 장기전이고 정답도 없습니다. 지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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