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정서적 금수저 혹은 아빠 껌딱지

출산부터 육아까지 남편 눈으로 바라보다.

by 온아

8. 정서적 금수저 혹은 아빠 껌딱지


추석 명절 오랜만에 동네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생겼다.

아내의 허락과 더불어 잠든 온유를 뒤로 하고

나도 신나게 모임에 참석한다.

반가운 인사를 한다. 우리는 서로 얼굴만 보아도 함박웃음이 나오는 사이들이다.

자리에 앉아 슬슬 입을 신나게 털어보려고 한다.

5분 뒤 전화벨이 울린다. 낯익은 수신자이다. 바로 아내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설마 하니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통화를 한다.

“온유가 깼어! 아빠 찾고 난리야. 울음이 멈추지도 않아.”


친구들의 원망을 뒤로한 채 다시 나는 차로 발걸음을 서둘러서 시골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친구들은 모임 할 때마다

“온유가 오라고 하는 건 아니지?” 하며 놀리기도 한다.


나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와이프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과정에서 몇 차례 실패하고, 아주 쿨 하게 포기를 했다.

둘이 사는 것도 만족스럽기에 아이가 없는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재미난 것은 이런 마음을 먹자마자 임신이 되었다.

아내의 출산을 생생한 라이브로 지켜보고 더불어 산후우울증도 지켜본 뒤 아내에게 한 없이 미안하고

고마웠다.

마음의 표현을 값비싼 선물, 두둑한 월급으로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나는 내가 몸으로 할 수 있는

육아에 적극적 참여를 선택했다.

갓 태어난 온유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아내의 짐을 덜어주고자 육아에 많은 참여를 했다.

내가 온유와 놀아주는 시간이 곧 아내가 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냥 쉬기보다는 집안일하는 시간이

더 많기는 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몫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를 위한 나의 노력의 최대 수혜자는 아내가 아닌 온유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다르게 온유와 너무도 관계가 좋아졌다.

드라마 단골 대사인 “키운 정”이 말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배 아파서 낳지는 않았지만,

아빠로서 나의 핏줄로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된 것이다.

좋은 남편이 되고자 했던 것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변화가 이루어졌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남자가 결혼해서 아빠가 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을 주지 않는 아빠가 되는 것이 있고, 두 번째는 나는 사랑받지 못했기에 나는 사랑을 주는 아빠가 되는 것이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고, 내가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온유한테는 해주고 싶었다.

말 그대로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고 싶었다.


비가 오면 가장 허름한 옷을 챙겨 입고 놀이터로 나가 비를 맞으며 미끄럼틀을 타고 물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고 산책을 즐겨하며 오순도순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런 많은 과정을 지나면서 키운 정과 아빠에 대한 애착 관계는 누구보다 끈끈해졌다. 아내를 위해 시작한 “함께 하는 육아”가 결국 온유에게 긍정의 요인으로 이어졌다.

아내가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나를 인정하는 게 하나가 있다.

바로 아이의 뜻을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받아주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가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이른 출근 시간으로 온유와 눈 마주치고 인사를 하지 못하고 나오는 날이면 곧장 영상통화가 걸려 오고는

했다. 엉엉 울고 있는 온유는 “아빠 보고 싶어.” 하면서 대성통곡하기도 하고, 퇴근하고 나서 씻으러 들어가기만 해도 닫힌 문 앞에 서서, 나라 잃은 사람처럼 엉엉 울어대기도 했다.

보편적으로 엄마와 아빠가 바뀐 입장이 되었다.


나는 주위에서 알아주는 집돌이다.

결혼 전에는 친구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했지만,

결혼하면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완벽한 집돌이로

변해버렸다. 첫사랑인 아내가 좋아서 변했고,

아내가 힘들어하는 게 마음 아파서 변했고,

지금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변했다.

가끔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행복한 거 맞냐고 묻기도 하고 힘들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난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온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제 아빠와 엄마 품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난 그저 그때까지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고,

손잡아주고 안아줄 날이 그러지 못할 날보다 짧기에

많이 안아주고 많이 잡아주고 싶은 뿐이다.


아이와 애착 관계에 고민이 많은 아빠 혹은 아빠가 있다면 전문가도 아니지만 감히 조언해주고 싶다.

핸드폰을 내려두고 두 귀를 열고 두 눈을 열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는지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고 놀아줄 땐 화끈하게 아이가 되어 놀이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출근한 아빠를 애타게 찾는 온유
장마는 우리 부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가 된다.




《애착형성에 중요한 3가지》

1. 아이와 동시적 일과를 하는 것과 아이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으로 실제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굉장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주말이 되면 부모는 부족한 사랑을 잔소리로 표현하고 아이는 주말이 돼서야 공감하고 사랑받고 싶었지만, 잔소리로 사랑을 채운다. 정말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2.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이다. 아이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내 감정이 아이의 행동에 말리는 순간 감정 소모가 발생한다. 아이를 혼내야 하는 기준점 아이를 칭찬하는 기준점 그리고 아내와 아빠의 정확한 역할 분담이 꼭 필요로 한다. 사실 이게 가장 어렵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감정을 늘 로봇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노력해야 한다.


3. 다양한 애정 표현.


보편적으로 엄마들은 애정 표현에 능한 편이다. 하지만 아빠들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굉장히 둔하고 쑥스러워한다. 내 아이에게는 사랑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굉장히 수다스러운 아빠가 되어야 한다. 작은 스킨십 하나 작은 미소 하나부터 시작해서 점점 반응을 늘려야 한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것을 고치려고 하면 받아들이는 아이도 하려는 부모도 굉장히 어색하고 오히려 “왜 저래?”라는 말을 듣기 딱 좋다.



“표현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지 않아서 서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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