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둘째는 없어!

출산부터 육아까지 남편 눈으로 바라보다.

by 온아

둘째는 없어!


아침부터 툴툴거리는 아내의 모습에 나는 죄인처럼

몸 둘 바를 모른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는 심정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아내의 눈빛은 사나운 맹수처럼 나를 잡아먹을 듯 쏘아보고

나는 힘없는 가젤이 된 마냥 고개를 푹 처박는다.

아내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한다.


“둘째는 절대 없어!”


오늘 아침 소동은 바로 임신 소동이다.

아내가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다고 했다.

요즘 감기와 독감이 유행해서 소아과든 일반 내과이든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리가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아침에 아내는 착상혈로 의심되는 현상이 보여서 굉장히 예민해진 것이다.

모든 상황이 임신을 가리키고 있는 증거 자료인 마냥

나를 더 숨고 싶게 만든다.


아내는 나에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병원 가는 발걸음이

쉽게 떼 지지 않는다.

사실 무섭기도 하고, 남성성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내에게 몇 번이고 무섭다고 말해도

아내는 기가 찰 노릇이 다며 웃는다.

사실 입장을 바꿔 내가 아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우스울 일이다.


아내는 12시간 진통과 제왕절개라는 수술, 피날레로 산후우울증까지 다 겪은 사람인데 고작 정관수술이 무서워서 이런 소동을 만드니 내가 얼마나 미울까도 싶다.

아내는 실소를 하며 나에게 말한다.


“행여나 진짜로 임신이 되더라도 나는 절대 안 낳을 거야!”


사실 나도 진짜 임신이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아내는 사실 출산의 걱정보다 출산 후 산후우울증과 더불어 이제 안정이 되어가는 집과, 어린아이를 키우는 육아가 거의 끝을 향해 가는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과 걱정은 쉽게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세 가족이라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온유 하나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는데 하나가 더 생긴다고 생각하면 사실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임신으로 의심되었던 하루는 나에게 기나긴 하루였다.


온유가 벌써 6살이 되어 훌쩍 커버렸지만,

아직도 주위에서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동생이 있어야 한다.”

“혼자는 외롭다.”

“다 자기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


자기 밥그릇이라... 밥그릇...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혼자서 되새겨본다.

어떤 아이든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밥그릇을 채워주는 건 누구인가 묻고 싶다.

물론 그런 의미의 밥그릇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내가 그거 하나 이해 못 하는 문해력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등바등 자식의 밥그릇을 채워주고 모자란 밥은 내 밥그릇에 밥을 나눠주며 없는 거 있는 거 밥그릇을

긁을 자신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부모에게는 희생을,

자식에는 인내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나약한 부모인 나는 2명에서 3명 심지어 5명까지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뿐이다.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며칠이 지나서 소동은 다행히도 소동으로 끝이 났다.

나와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끔 “온유에게 동생이 있으면 어떨까?”라며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그놈의 그릇이 무엇인지.

아내와 나는 아이를 둘 이상 키울 그릇이 되지를 못한다.

놀이터나 음식점 키즈 존에서 형제, 자매가 짝을 지어 놀고 있으면 온유도 함께 놀고 싶어서 주위를 맴돌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확 하나 더 낳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금방 이성을 찾기도 한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그토록 둘째는 원치 않지만 지금 하나뿐인 아들 온유를 생각하면 둘째를 가져야 하나? 고민될 때도 있다고 한다.


만약 아내가 둘째를 원하고 아내의 마음이 지금과 달랐다면,

나도 어떻게든 가장으로서 가정을 끌고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가 원치 않는 것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출산과 육아만큼은 아내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엄마가 행복해야 집안이 건강하다.

당장 내가 독감에 걸려 아프면 우리 집은 크게 문제없이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아프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빠도 물론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만큼 엄마의 역할이 가정에서는 절대적인 거 같다.

물론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 집은 그러하다.


다시 한번 귀에 딱지가 지도록 아내에게 온유동생은 없다고 정신교육을 받고 수술 날짜를 빠르게 잡으라고 호되게 혼이 나면서 소동은 마무리가 되었다.


외동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 우리만 이상한 것도 아니고 다들 자기 능력과 분수에 맞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온유에게 시간을 투자한다.

아빠이자, 친구 그리고 형제가 되어

혼자라는 티가 나지 않게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아빠, 엄마, 아들 동생은 없다.




《출산율이 저조한 몇 가지 이유》


1. 경제적 조건

경제적으로 불안정할 때 결혼을 미루거나 자녀 계획을 미루거나 적게 계획할 수 있고

심지어 자녀 없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2. 경력 및 교육

남성이나 여성 모두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가치를 높이고 더 좋은 교육받고 직업을 얻기 위해

결혼을 미루고 있다.


3. 사회 문화적 요인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태도 변화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지연 출산

더 많은 여성들이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성들이 출산 기간이 더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출산율을 낮출 수 있다.


그 밖에 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건강하다면, 나는 아이는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있으므로 행복하기도 하겠지만, 부부가 한 뺨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 낳아 키우기도 힘들지만, 그만큼 행복한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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