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행복을 흘리고 다니고 있었다.

구멍 난 주머니

by 온아




카고바지를 입어야겠다.


지금은 종영됐지만 무한도전이라는 예능프로를 참 좋아했다.

다양한 스토리도 있고 개성 넘치는 출연진들이 매력이 있었다.

무한도전 멤버 중 한 사람인 노홍철 씨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통을 이겨내며 웃음으로 승화하는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노홍철 씨가 진짜 돌아이구나 싶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짧은 말 한마디에

큰 울림이 있다는 것은 알 게 되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 여러분!.”



한창 자라고 있는 6살 아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환한 웃음으로 배꼽이 빠져라 웃는 모습을 보고는 한다.


뭐가 저리 재미있는지 방귀에 ‘방’ 자만 나와도 낄낄낄 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갸우뚱 거리며 의문이 생긴다.


나는 과연 하루,

아니 일주일에 몇 번이나 저런 웃음으로 한주를 살아가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이리저리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미소는 일주일에 몇 번이나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한 번? 두 번?


역시나 웃음과 동일하게 난 쉽게 답할 수 없었다.

미소는 순식간에 스치듯 지나가지만 그 여운은

생각보다 길었다.


편의점에서 미소 한번, 마트에서 미소 한번,

퇴근 후 아내와 마주쳤을 때 살며시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 한번.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분명 내 주머니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도무지 꺼내 쓰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멀리서 행복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살아보기로 했다.


웃음까지는 욕심이라 생각해서 미소부터 시작했다.

주머니에 가득 찬 미소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찢어진 주머니를 마음가짐이라는 실로 확실하게 꿰매주고 나니

더 이상 미소를 흘리지 않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로 대화를 시작했다.

미소 한 번으로 당장 많은 것들이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소가 내 입가에 번지듯이 행복이 번지기 시작했다.

미소 하나로 인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몇 시간은 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놓치고 있던 작은 행복을 잡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지니 특별할 거 없는 하루가 꽤 근사해 보였다.

물론 기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 탓도 어찌 보면 행복으로 가는 길목일지도

모른다.

길목의 막다른 곳은 결국 행복일 테니까 말이다.

별거 아니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어려운 게 입가에 미소였다.


내 얼굴에 없던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게 이토록 어려웠던가?

그때마다 나는 노홍철 씨의 말을 되새겨보았다.


유년기는 환한 웃음과 미소가 가득했다면

청소년시기에는 아마도 웃음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웃음대신 살기 가득한 눈빛만 있을 나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20대부터 30대는 학업, 취업에 근심이 가득했을 것이다.


사실 아직도 인생이 빡빡하고 힘들 때가 많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미소정도는 다시 지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미소는 번져 5년 10년 뒤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한

일상이 올 거라 믿고 싶다.


미소는 웃음으로 넘어가는 중간 다리인 게 분명하다.

주머니에 가득 차 있는 미소와 웃음을 꺼내어 나에게 행복이 서서히

번지듯이 다른 사람에게 그 미소가 번졌을 때 행복이 가까이 있음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도 행복전도사가 된 기분이다.

다만 나는 사이비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다시 한번 되물을 차례가 되었다.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의 미소를 지으셨나요?”




이미지 출처 <VOGUE RUN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