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문득 걸려온 전화 한 통
나를 찾는 사람들
회사원이었던 시절.
가끔은 걸려오는 전화가 무섭기도 했고
때로는 거래처에 통화하기가 무섭기도 했다.
하루에 발신, 수신을 통틀어
70통 가까이 찍혀 있는 통화목록을 보며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렇게라도 위로를 해야만 잠시나마 평온한 마음이 들었다.
70개의 통화 목록 사이로 한줄기 빛처럼 보이는
이름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아내, 가족, 스팸전화 그리고 몇 안 되는 친구들.
“고객님 대출 필요하시죠?”
“아니요. 오늘도 더운데 고생하시네요.
힘내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수화기 너머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나는 기분 좋게 전화를 끊는다.
스팸전화도 나를 애타게 찾는 사람 중 하나이니 친절하려고 애써본다.
이제 남은 건 아내와 가족 그리고 친구.
나를 아무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야! 잘 지내지? 뭐드고(뭐하고) 살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더불어 허물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비속어와 쓸데없는 대화 투성이지만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잠시 나를 어릴 적 티 없이 순수했던 시절로 안내를 해준다.
그렇게 짧은 통화가 끝이 나고 나면 공허한 마음에
따뜻한 여운으로 남아 혼잣말을 이끌어 내고는 한다.
‘잘하고 있어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수많은 통화목록 속에서 가족이든 친구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로 다가왔다.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만 하고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는 것은
통화목록을 살펴보면 된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하루동안 일주일 동안 얼마나 될까?
반대로 내가 그들을 찾아주는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멀리 있지 않은 행복 중 하나를 통화목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또는 소중한 사람들은 나에게 얼마나 가까이 연결되어 있을까?
통화목록이 텅 비어있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가 없다.
내가 먼저 그들의 행복이 되어주면 된다.
통화 연결음 혹은 걸려오는 전화가 반가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010-0000-0000 (통화 연결음)”
“(진동소리 또는 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