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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Aug 10. 2023

브런치 작가로 사는 삶

무슨 꿈을 꾸었느냐?

무슨 꿈을 꾸었느냐?

제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1년 전쯤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남몰래 글을 써두었던 게 생각이 났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과 육아를 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애써 잡아두고

아들에게 훗날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마음으로 너를 키웠다고 알려주고 싶어 쓴 글이다.

    

"그래 이왕 쓴 글 브런치 작가에 도전!"


보기 좋게 3번 떨어졌다.

그사이에 나는 소질이 없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나 같은 미래 베스트셀러 작가를 몰라보는

브런치를 원망하며 잠시 내 일에 집중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또 한 번 글을 쓰는 내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내려와, 옥상에서"라는 글을 써서 드디어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은 훗날 나에 첫 전자도사가 되었다.

무려 5권이나 팔린... 망작이다.


하여튼 합격에 취했다.

역시 브런치는 인재를 알아보는 군 정말 오랜만에 희열을 느끼며 주위에 자랑을 했다.     

아이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도 해야 하고 가족의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글 쓰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내가 하는 일들이 남들에게 특별함도 없기에 정보를 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로 도전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안전제일이 가장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님들은 저런 근사하고 소소한 재미들이 술술 나오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나에게도 시트콤 같은 또는 근사한 아니면 어려움을 극복할만한

그런 이야기가 생기기를 바랄 뿐이지만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이때 아내가 나에게 번뜩이는 소재를 던져 주었다.     


“카페 이야기해 봐~ 여보 망한 이야기”     


그래! 이거다!

내 머릿속에서는 전구가 번득번득 반짝이며

짧은 글이지만 순식간에 목차가 완성되었다.


고민 없이 소재가 떠오르고 글이 써지는 순간 기분이 정말 좋은 것은 아마도 이 브런치 안에 있는 작가들은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카페 이래도 할래?"



하나씩 하나씩 연재를 하며 반응을 살폈지만 역시나 반응은 미미했다.

솔직히 수많은 자극적인 소재들과 호소력 있는 필력의 작가들 사이에서 내 글은 그저 그런 글인 거 같았다.

글도 글쓴이를 닮아서인지 그저 평범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바로 브런치에세이라는 카카오채널에 내 글이 올라간 것이다.

이 여파는 굉장했다.

눈을 비비고 여러 번 확인하며 의심했지만,

내 글을 구독하는 숫자는 순식간에 불어났고

카페이래도 할래 브런치북을 좋아요 하는 숫자도 늘어났다.

그야말로 이때 기분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글 쓰는 사람이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이 봤다는 것만큼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이제 됐다. 나도 이만하면 브런치 작가다!"


구독자 급등 작가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캡처까지 하면서 축배를 들었다.      

내 이야기와 글이 통하다니 약 2주 정도 나는 진짜 작가가 된 마냥 행복했다.

글을 시작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었으면 했다.


그런 바람이 수많은 라이킷과 수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한 번이라도 봤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나름 6등까지 했다. 그러고는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


하지만,     


거기까지.     


내려올 시간이었다.      


브런치 페이지에서 점점 온아라는 사람의 흔적들이 사라지자 수시로 울리던 브런치의 알림 들은 사라지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다.      

브런치는 나에게 경고라도 하듯이 꾸준한 글쓰기가 답이 다며 알림을 보내준다.


"알아! 안다고!'


하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그리고 시간이 부족해...     

혼자서 속 앓이 해보지만 알아주는 이는 없다.      


작가란?

문학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사전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어느 순간 누군가 나를 알아주고 내 글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속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자니 꽤나 흉측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공감해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내 초심은 어디도 찾기 힘들었다.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나 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에서 수상작이 되고 연일 급등작가 완독률 높은 작가님들을 부러워하는

그저 관심에 목마른 내 모습을 똑바로 보기 시작하자

흔히 말하는 내려놓는 것이 가능케 되었다.      


이 시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깜박이는 커서와 함께 쓰디쓴 커피와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작가님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부러워하지 말자.

그저 처음 글 쓰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들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면

작가들도 역시 위로받고 공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제넘게 글을 써보았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누군가에게는 볼품없어 보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완벽한 글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난 단 한 사람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쉼 없이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다.      

의미 없는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내 글을 기다리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노트북을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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