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기 전
원치 않는 학교였지만
고등학교를 꾸역꾸역 다녔던 것처럼
대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치 않은 곳이었다고 해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는 않았다.
이미 주어진 환경 안에서
어떻게든 잘 살아남는 것.
그게 내가 그동안 길러온
나름의 생존본능이었다.
대학교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캠퍼스, 축제, MT 같은 단어들은 내 삶과 크게 닿아 있지 않았다.
대신, 하고자 하는 건 딱 하나뿐이었다.
ROTC, 학군사관후보생.
* 대학교 3학년부터 2년간 군사훈련을 받고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하는 제도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드디어 문을 두드릴 때가 왔다.
우리 학교에는 여자 ROTC 선배가 있었다.
단 두 명, 우리 학교 최초의 여자 ROTC
속으로 계산이 먼저 됐다.
'만약 내가 된다면… 세 번째.'
최초가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지만,
남초 집단 한가운데에 여자 선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선배들은 예상 질문지를 구해다 주었고,
면접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줬다.
그 과정을 하나하나 준비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건 해도 되는 도전이 아니라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체력 평가 준비는 아주 바닥부터 시작됐다.
팔굽혀펴기 한 개.
그게 시작이었다.
전력질주라는 말이 무색한 속도로
1.5km를 달렸고,
2분 동안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복근이 아니라 의지를 쥐어짰다.
아무도 보지 않았고, 칭찬도 없었다.
대신 나는 체력 평가 날,
특급 기준을 훌쩍 넘겨, 내 이름 옆에 찍힐
기록들을 떠올렸다.
그걸 바라보는
평가관의 시선까지.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합격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나는 이미 다음 단계의 나를
머릿속에 그려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