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독백
친구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겐 없을 것 같다.
나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제일 친한 친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그(A)와 또 다른 친구, 이렇게 셋이서 함께 붙어 다녔다. 이후에는 그와 내가 같은 학교에 붙으면서 둘이 더욱 친해졌다. 학과는 다르지만 둘 다 노는 것을 좋아해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남자라고는 한 번도 만나본적 없었던 나는 달리 아는 남자 친구들과 연애경험도 있었던 A를 만나서 남자에 눈을 뜨게 되었다. A를 통해 처음 남자를 소개받고 연락했고 처음 해보는 경험에 신이 났었다. 그렇지만 이성을 상대하는 게 생각보다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남자라고는 전혀 몰랐고 말투가 거칠고 단답을 일삼아서 소개를 받아도 불발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A는 남자나 여자나 사람들에게 항상 유하게 대하고 잘 받아주는 성격이라서 이따금 나도 좀 유하게 행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A는 내가 소개는 받았지만 잘 안 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을 때 항상 잘되는 사람이 있거나 남자친구가 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다 불발인데 A는 항상 다 잘돼서 나는 왜 이럴까 고민도 해봤었다.
하여튼 이런 이성관계 관해서 둘이 잘 통했고 많이 공유했었다. 그게 고등학교 시절 재미였다고나 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그래도 누군가를 많이 만난 것 같겠지만.. 슬프게도 한 달 남짓 잠시 만난 사람 한 명뿐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른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이렇게 노는 걸 좋아한 A와 나는 성인이 된 후 술과 함께 우정을 돈독하게 이어나갔다. 매번 같이 놀다 보니 애인도 같은 무리에서 만나게 되었고 일이 터졌다. 20살 봄에 나는 A의 남자 친구에게 소개를 받았다. A의 남자친구 무리는 소위 말하는 양아치였다. 그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만나보면 알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처음 만난 날 잠깐이었지만 그의 말솜씨에 나는 넘어갔고 소개받은 지 얼마 안돼서 사귀게 되었다. 그와는 제대로된 데이트도 못해보고 그는 연락도 잘 안되고 그래서 원래 연애를 하면 다 이런건가라는 의문을 품게되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나는 애가 탔다. 그렇게 나 혼자 애타는 만남을 이주 정도 하고 나서, 나는 마지막 전화를 걸고 나서 받지 않는 그에게 헤어지잔 연락을 남긴 후 혼자 이별을 했다. 나름 첫 연애였다.
나는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했으나 마음은 아직 있는 상태였다.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가 군대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 나는 군대 가기 전에 그냥 만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A는 남자 친구의 바람으로 인해 헤어졌다. 우리는 둘다 그들과 헤어졌다.
실연의 슬픔으로 나는 나대로 A는 A대로 술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나는 내가 만난 그가 A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상식에서 벗어난 그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났고, 그 연락을 받아주고 있었던 A에게도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연락했던걸 보여주라고 했을 때 본인의 프라이버시라며 보여주지 않았던 A에게 충격과 실망감이 밀려왔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왔던 A였다. 헤어졌을 때도 함께 있었던 A였기에..
제일 친한 친구를 잃은 기분이었다. 이후 A는 본인의 전 남자 친구의 친구라서 연락하면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연락을 받아 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사과나 위로는 없었던 것 같다.
이때가 20 평생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이었던 것 같다. 이때 A와 이제 그만 연을 끊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내 친구니까, 남자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니까, 친구도 그럴만한 사정이었겠거니 나를 위로하며 A와 다시 잘 지냈다.
이후 남자 관련해서 잘 맞기도 하지만 안 맞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실망할 때도 많이 있었다. 내가 실망할 자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남자들 때문에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속상했다. 친구의 연애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아닌 걸 알지만 가장 친한 소중한 친구가 그들에게 거친 대우를 받는 게 싫었다.
여기서 말하는 그런 남자들의 예를 몇 개 들어보자면 언어적, 성적, 물리적 데이트 폭력을 했던 남자 친구를 만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본인 뜻대로 되지 않으면 헤어지자 하고 친구의 핸드폰을 검사했다. 친구의 핸드폰에 있는 남자의 성별을 가진 모든 번호를 지우게 했고 카톡 또한 다 차단했다. 또 헤어질 때쯤 남자는 싸우다가 화를 못 이겨 친구 목을 졸랐다고 한다. 그 후에 무릎을 꿇으며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항상 이중성을 띈 남자였다. 친구는 이런 폭력을 당하고도 이럴 때 말고는 잘해준다며 결국 다시 그를 만났다.
헤어졌다며 술 먹자는 친구의 연락한 통에 달려간 나는 뭘까..
내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이야기해도 A는 듣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애한테 나는 뭘까라는 생각 또한 마음속에 맴돌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옳고 그름의 문제에 있는 사항들이 사랑과 정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는 친구의 선택에 잘했다며 넘어가는 게 맞는 걸까.
이런저런 실망이 쌓여서,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빠져서 우리는 조금 멀어졌고 가끔 연락하고 가끔 보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연락을 하지 않고 A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아서 더 멀어진 것도 있다.
내가 너무 친구에게 집착을 했는지도 모른다. A에겐 내 모든 말들이 그냥 듣기 싫은 이야기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A 주변 친구들은 모두 쓴소리 없이 좋은 이야기들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듣기 싫은 소리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는가.. 내 잣대에 맞춰서 A에게 왈가왈부했었던 것 같다.
친구는 20살 때 만나서 바람피워 헤어졌던 그를 다시 만난다. 이외에도 다시만난다는 것을 이해할수없는 것들이 있지만 이곳에 적을 수는 없을듯하다. 여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래서 혼자만이라도 A와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A의 행동들에 이해가 가지 않아서 스트레스고 A이 또한 본인에 대한 나의 질책들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서로 해가 되는 우리 둘 사이를 그만하는 게 좋을 듯싶다.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마음이 좁은 나는 친구와 친구를 그만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