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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은 Jul 03. 2017

이유

핑계라고 해도 좋다.

그만 울어야 했다.

누군가를 이겨먹겠다까지는 아니어도 무기력하게 울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울보가 되는 건 너무 싫다. 하지만 이 놈의 눈물은 틈만 나면 나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모든 일들이 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나도 안다. 나도 싫다.

그렇지만 눈물이 참아도 나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인생에 찌들면 눈물이 안 난다고 하는데 나는 언제쯤 눈물이 안 날까 정말 궁금하다.


원래 울보였던 나에게 불화살을 쏘아 고장 난 울보로 만든 이유는 일 년 동안의 일들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인 내게 일 년 동안 경험을 하면서 남은 것 추락한 자존심, 무책임하다는 시선, 부족함, 예민함, 까칠함, 스트레스, 다크서클, 해골 같은 얼굴, 금전적 가난, 마음적 가난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면 다 이럴까?


2017년 1월 졸업을 앞에 두고 나는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써 내려갔던 계획들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로부터 반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쉼 없이 지나가버린 6개월, 내가 날 위해서 한일이 하나라도 있는가 물었다.

내 답은 "없다."이다. 이렇게 나의 아쉬운 청춘을 보냈다.


내 청춘을 위해 많은 경험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일벌레 마냥 일을 하고 있다. 이것도 경험이지만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이라고 하지만 힘든 건 사실이다. 나에게 나를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나를 모른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지금 하는 일이 미래의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무엇을 하기 위해서 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냥 해야 하니까 하고 있다.


미래의 큰 포부도, 욕심도, 욕망도 없다. 내 삶에 큰 그림? 없다. 그냥 하고 있다.

 

요새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이 자꾸 들었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모두에게 피해이며 제일 크게는 나에게 제일 안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이렇게 내가 그만두어서 미래에 좋은 자리를 놓치게 될지라도


난 그냥 나를 찾고 싶다.

어느 날 집에 가는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는 놀랬다.

내가 낯설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얼굴에 살점 하나 없어 날카롭고 회색빛을 띄고 있는 얼굴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멀지 나가지 않았던 나는 언젠가부터 얼굴에 신경 쓰지 않았다. 로션도 안 바른 얼굴로 집을 나서기 일쑤였다.

 

나의 이 경험들 과연 옳은 걸까 판단이 가지 않는다.


그 무엇도 아니다. 그냥 힘들고 지칠 뿐

뭘 했다고 힘드냐,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그러냐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 때문에 힘들고, 당신들이 보기에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다. 내 삶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들이 당신들의 삶을 위하듯이 내 삶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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