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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리 Oct 05. 2023

이름마저도 아름다운 달리도

목포에 있는 작은 섬, 달리도

오래전부터 바다가 바로 코앞에 펼쳐진 곳에 텐트를 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더랬다.

하루종일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까무룩 잠드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드디어 텐트를 장만했고, 드디어 그런 곳에서 로망을 실현할 때가 왔도다!

하지만 강아지를 데리고 그런 곳을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우와, 여기 좋다... 해서 알아보면 강아지 동반 불가.

노지 캠핑을 작정하면 그런 곳은 널렸겠지만 성격상 그런 곳은 허용이 안 된다.

딱 법대로 사는 부부.

그렇기에 텐트는 정해진 곳에서 피칭해야만 마음이 편하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목포와 가까운 작은 섬 달리도.

처음 섬 이름을 들었을 때 화가 달리가 떠올랐다.

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일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호감이 갔다.

섬 이름이 예쁘다. 우리 거기 가자!

달리도는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섬에서의 캠핑이라니!

뭔가 낭만적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설렘이 앞선다.

달리도에 들어가면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봐야 한다.

선착장 입구에 펜션을 겸비한 작은 마트가 있어 비상시에는 유익하지만 캠핑 시 먹을 식량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우린 목포항 가는 길목에 있는 동부 시장을 들려 장을 봤다.

시장 활성화가 너무 잘 되어 있어 놀랐다. 크고 활기찼다.

모처럼 시장다운 시장을 만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상권 발달이 덜 된 시장을 가면 괜히 주눅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 사고 나오기 일쑤인데,

이날은 엄청 많이 샀다. 고기, 소라, 새우, 고등어 등 5일 치는 거뜬하다.

물론 우리 일정은 2박이었지만, 혹시 몰라서...

장작을 못 샀는데 다행히 캠핑장 무인 마트(?)에서 팔아 이틀 내내 불멍을 할 수 있었다.

도민들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화장실 및 개수대가 신식에 깨끗했다.

재활용 및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없다는 것 빼고는 모든 게 다 좋았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있는 게 어디야~

피칭을 하고 나니 석양이 우릴 반겨주었다.

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다.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그려도 이런 풍광은 화폭에 담지 못할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초현실, 그 자체다.

여긴 불멍, 물멍 말고도 멍 때릴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다름 아닌 배멍!

목포항이 바로 코 앞이라 크고 작은 배들이 이곳을 지나다닌다.

그 소음으로 인해 밤에 잠을 좀 설치긴 했지만, 이곳에선 모든 게 다 용서된다.

제주를 오가는 커다란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인도에 떨어진 톰행크스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났다.

한참을 멍 때리다가 바비큐 타임~

동부 시장에서 막걸리와 홍어를 사 왔다. 목포는 홍탁이지라~

시장에서 김치를 사 온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우리 여기서 며칠 더 살자!"

캠핑장 예약은 2박 3일을 했으나, 와봐서 좋으면 며칠 더 눌러 있을 생각이었다.

이런 멋진 곳을 2박만 하고 나가기에는 아까웠다.

만약을 대비해 시장에서 먹을 것도 넉넉히 사 왔으니 문제 될 게 없다.

게다가 우리에겐 최고의 비상식량이 라면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린 예정대로 텐트를 접어야만 했다.

5일 연속 비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소식이 하루 이틀이면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우리 같은 캠핑 초보에게 5일은 너무 길었다.

비 맞으며 젖은 텐트를 접는 건 걱정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가 이 텐트를 어디서 말려야 할지 심히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그냥 눈에 많이 담아두는 걸로~


떠나기 싫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곳이지만 이곳도 단점은 있다.

일단 나무 그늘이 없다는 점.

산언덕에도 데크가 있어 그곳으로 올라가면 나무 그늘이 있지만, 그러려면 코앞 바다뷰를 포기해야 한다.

먼바다를 즐기기 위해 굳이 이곳을 방문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바다 바로 앞이다 보니 습기가 유독 많다. 밤에 비가 왔었나? 할 정도로.

깔따구 비슷한 모기들이 엄청나게 날아다니며 내 피를 뽑아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처음엔 날파리인줄 알고 그냥 내버려 뒀다가 피부가 아작이 나버렸음..ㅜㅜ

허나 천적인 잠자리 떼들이 나타나면 일제히 사라지니 그나마 다행.


우린 다시 배를 타고 목포항으로 나와 아쉬운 마음을 시장 투어로 달랬다.

보리밥 골목이 유명하다고 해서 항동 시장으로 갔으나 영업을 하는 곳이 없었다.

여기도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인가 보다.

대충 해장국으로 끼니를 때우고 시장을 돌아봤으나 상권이 활발하지 않아 돌아 나왔다.

생선을 좀 사갈까 싶어서 근처 종합수산시장 방문.

홍어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여기 사람들은 홍어를 고춧가루 섞은 굵은소금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가게 사장님이 권해주셔서 그렇게 먹어봤는데 신세계다.

초장의 진한 맛보다 홍어의 고유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반건조 생선들도 엄청 많았다.

우린 이곳에서 서대를 샀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커다란 서대는 처음이다.

집에 와서 구워 먹어 보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목포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

근데... 너무 멀다...

서울 촌놈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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