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우물 찾기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있기 때문이래.
그 믿음이 없다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지.
나 역시 그 믿음 하나로 여태껏 살아왔어.
어딘가 있을 우물을 찾아 헤매며 말이야.
그렇게 열심히 걷고 또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더라고.
우물은 찾을 수가 없었지.
더러 작은 웅덩이는 찾았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
그렇게 난 사막 한가운데 홀로 남게 되었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날아 박힌
모래 바람을 털어낼 새도 없이,
또다시 휘몰아치는 모래 바람에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말았어.
내비게이션은 물론 나침판도 없는 이곳에서
난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맞기는 한 걸까?
다시 뒤돌아 갈 용기도 없고,
용기가 있다 해도 돌아갈 곳도 없고.
자신감을 잃었다는 건
나 자신을 잃은 것과 같아.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야.
사막처럼 목마른 내 인생에
과연 우물이란 게 있긴 한 걸까?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목을 축일 수나 있을까?
내 삶에 우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니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
그게 좋은 거라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애써 웃어보았지만,
내일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생각을 하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영혼마저
모래바람에 휩쓸려 영영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오더라.
난 길을 잃었어.
덩그러니 혼자 사막에 떨어지는 바람에,
세차게 몰아치는 모래바람과
날 태워죽이려고 작정한 태양 때문에
난 모든 걸 잃고 말았어.
내겐 허락되지 않은 우물, 그 헛된 희망을 쫓느라
껍데기만 남아버린 기분이야.
근데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막에 떨어진 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그저 내가 서 있는 곳이 사막이었고,
사막이다 보니 사방이 모래인 건 너무도 당연하고.
바람이 불면 그 모래가 날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히 이치야.
한낮에 태양이 뜨거운 것도 이상한 게 아니듯.
이글거리는 태양이 일부로 날 괴롭히기 위해
따라다녔겠냐고.
날 공격한 건 모래바람도, 태양도 아니었어.
바로 나 자신이었는지 몰라.
내가 스스로 날 공격하고 있었던 거야.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사막을 탓하며
모래바람과 태양을 원망했던 거지.
주먹 쥐고 태어났지만
죽을 땐 주먹 펴고 간다잖아.
치사하게 남탓하지 말고,
그렇다고 내 탓이라 자책 하지도 말고.
그냥 조금 더 힘을 내서 걸어보기로 해.
꼭 앞으로만 걸으라는 법 있어?
옆으로도 갔다가 뒤로도 갔다가
그 자리에서 맴맴 돌면 또 어때?
갈증 난다고 했잖아.
그럼 뭐 방법 있어?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아야지.
어디 있는지 모를 그 우물, 다시 한번 찾아보자.
설사 못 찾게 되더라도 후회는 없어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