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행복해졌다
감사하게도 오늘 우리는 26시간을 살고 있다.
보통 맞벌이 부부의 퇴근 후 저녁은 서둘러도 7시쯤 시작인 것 같다. 우리도 그랬다. 그보다 더 늦을 때도 많았다. 각자 퇴근 후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밥이라는 걸 먹고 나면 우리의 저녁은 어느덧 11시에 가까워져 있다.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저녁 시간을 잡지 못해 안달이면서도 쉬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잠을 청하게 된다.
ㅡ
감사하게도 따듯한 봄이 될 무렵 우리 부부에게는 작은 저녁시간의 변화가 생겨났다. 제법 출근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업과 탄력근무제로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난 것이다. 아침형 인간인 사람은 빨리 출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갑작스럽게 2시간이나 빠른 퇴근을 할 수 있는 날이 왔다.
처음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것이 어색했고, 북적이지 않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게 이상했다. 분명 열심히 일을 했지만 빨라진 퇴근 때문인지 덜 열심히 일한 느낌이 드는 것이 불편했다. 당연히 행복해야 할 퇴근시간이 무언가 알 수 없는 찝찝함으로 가득했다. 그저 좋을 줄만 알았던 이른 퇴근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 선택한 시간에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일하고 2시간 퇴근이라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
2시간 빠른 퇴근은 우리의 저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어느 날은 따듯한 햇살이 비추는 공원에서 크루져 보드를 타고 ,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을 보기 위해 서점에 들르기도 한다. 운동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는 퇴근길에 몇 정 거장이고 걸어오는 걸 선택했고, 한 명에게만 전담되었던 저녁밥 차리기도 함께 장을 보며 준비하게 되었다. 퇴근 후 부리나케 달려가도 이미 6회 초가 진행되던 야구장에도 1회 초 힘찬 경기 개시 음악을 들으며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 우리가 1번 타자의 첫 타석을 보게 되다니 '
ㅡ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저녁.
2시간 빠른 퇴근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행복이 더해졌다.
무던히 무엇을 하기 위해 힘쓰느라 지쳤던 하루에 단비 같은 2시간이 더해져 여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우리에게 2시간이라는 시간이 추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는 감사하게도 26시간을 살고 있다.
우리 부부에게도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당연해야 할 이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