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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알로하링 Jul 19. 2020

14. 내가 난임병원에 가기 두려운 이유?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을 좋아하는 나 였는데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을 좋아하는 나 였는데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 중에 하나인 슬램덩크 명대사 중에 하나인 말이다. 


아마 슬램덩크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만화에서 정대만은 많은 시련을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와 경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3점슛을 넣고 난 후 말한다. 이 대사가 정대만을 대변해 주듯이, 나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 난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지 라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해내려고 하는 성격이다. 그와 반대로 빠른 포기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나의 빠른 포기가 더 좋은 선택과 방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이게 아니면 이거지 뭐 - 

나는 최근 포기를 조금 알게 되어버린 것 같다. 아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게 많이 두러워졌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부에게 무심코 던지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난임병원'이다. 


'시간 버리지 말고 병원에 가봐, 병원에 가면 바로 임신이 된대'

'병원은 가봤어? 빨리 인공수정 부터 하는게 좋을텐데,,,' 

'일반병원 보다는 난임병원부터 가봐야해'

'엽산은 먹고 있어?'

'아이를 가지려면 다이어트 먼저 해서 몸 부터 만들어 놔'


사실 이렇게 말을 하는 내 지인들은 난임을 겪어보지 않았다. 다들 처음 말할 때 내 지인이 그러던데, 내가 아는 언니가 그러던데, 내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렇다던데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말들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말들을 전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두려움이 많아진 나에게 그들이 말하는 '난임병원'은 더욱더 발걸음 하기가 어려워 졌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난임병원에는 가 봤어? 


최근 정말 많은 임신소식을 들었다. 나와 같이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리던 사촌언니의 임신 소식, 그리고 정말 친한 부부의 둘째 소식, 그런데 나만 아직 없다. 사실 일이 바빠서 나를 탓할 시간도 없었다. 누구를 원망할 시간도 없었다. 왜 우리는 안되는 거냐고 울어볼 시간도 없었다. 그냥 매일 반복 되는 날들 중에 하루 였다. 


'난임병원은 가 봤어?' 

나의 친한 언니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리고 이윽고 왜 가보지 않냐 라는 말 보다는 병원에 간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어려울 수 있음을 몸 보다도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약 3년만에 내가 왜 난임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운지 알아주고 있다는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나를 답답해 하던 사람들 속에서 내가 어떤 것이 두려운지 내가 무엇을 힘들어 하고 있는지 안다는 마음에 꽤 큰 위로가 되었다. 


사실 나는 임신을 준비하는 초반 그리고 막 2년이 지났을 무렵.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면 되지 ! 인공수정을 해야 한다면 해보면 되지, 시험관 수술이 필요하다면 시도해 보면 되지 라고 꽤 용기 있게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한해가 지나면 지날 수록 나는 그런 단어들이 두려워 졌다. 병원에 가는 것이 나의 끝인 것 같았고, 그동안 수도 없이 들어온 말들처럼 나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모르는 의사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도 차가운 병원 의자에 눕는 것도 무서웠다. 나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걸 더 두려워 하고 있었다. 


내가 난임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답답한 그들 만큼이나 내 마음이 난임병원을 향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 

극복할 수 없는 너무나도 큰벽이고, 나에게는 그동안 수없이 도전해 온 많은 것들과는 다르다. 

나는 위로를 받았다. (언니의 말처럼 나는 이쁜이는 아니다)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을 들킨 기분이기도 하지만 알아주었다는 마음에 더 위로가 되었다. 


알아주고 있음에 용기가 생겼다. 

아주 큰 용기가 생겼다. 



7년 연애 후 결혼 4년 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ㅣ 일복 wait for you <난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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