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가시 하나가 생겨나더니 시작된 미운 네 살

모든 네 살이 다 그럴까? 우리 애는 안 그럴 수도 있지

by 오알로하링

미운 네 살이라 그래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솔직히 믿지 않았다.

'에이 모든 네 살이 다 그럴까? 우리 애는 안 그럴 수도 있지.'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네 살이 되자마자 어디선가 작은 가시가 뾰족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진짜 오는구나, 미운 네 살.'


뾰족하게 돋아나는 이 '미운 네 살'의 시작은 대체 어디서부터였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기주장이 생기는 시기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가장 크게 마음이 흔들린 건 아마 한없이 귀엽기만 하던 둘째의 존재감이 좀 커지면서부터인 것 같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버럭 화를 내거나, 자기가 원하는 걸 표현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온통 뾰족해지기 시작한 게.

아, 이게 그 미운 네 살 시작이구나.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누구에게나 있다는 미운 네 살이 이렇게나 뾰족할 줄은 몰랐다. 고작 4살밖에 안 된 아이가 내뱉는 말과 보여주는 행동이 아빠, 엄마의 마음을 롤러코스터를 태울 줄은.

"싫어!", "하지 마"라는 말이 마치 자동응답기를 틀어 놓은 것 마냥 하루에도 백 번 이상을 내뱉는 말.

전에는 한 번 말하면 듣는 척이라도 하던 애가 이젠 단칼에 고개 젓고, 아빠, 엄마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본인의 이야기만 말하기 시작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폭풍이 작은 몸을 휘젓고 지나가고 나면, 씩씩거리거나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버럭이로 변해 버리는 보석이.

아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때로 가슴을 콕콕 찌르는 칼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엄마 미워!", "저리 가!", "엄마 때문이야!" 이런 말들이 작은 입에서 나오면, 순간 머리가 띵-하고, '내가 뭘 잘못했지?' 싶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다. 이대로 자라면 혹시 인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무서운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우리도 모르게 뾰족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집은 온통 가시밭인 하루가 시작되고, 여기도 뾰족, 저기도 뾰족. 서로에게 상처 줄까 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매일의 연속이었다.


애써 숨 고르고 이성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마음먹어도, 이미 엄마의 마음속엔 서운함이랑 당황스러움이 가득 차오를 뿐이다. 어쩌면 아이의 뾰족한 말과 행동 속엔 자기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그런 게 담겨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뾰족하게 시작된 보석이의 말에 아빠, 엄마 역시 뾰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엄마는 늘 보석이를 사랑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지쳐서 언성을 높이거나 아이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할 때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감정은 점점 더 격해지고, 엄마는 어찌할 줄 모르고, 해주고 싶은 말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 좀처럼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려운 날들의 연속.


이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의 변화 속에서 보석이는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는 걸까요? 이 뾰족함은 더 크게 자라기 위한 통과의례일까? 뾰족한 가시밭을 뒹굴고 나면 우리는 조금 더 나아질까?




이 책은 '미운 네 살'이라 불리는 딸 보석이와 함께 쓰는 예쁜 기록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쏟아내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제겐 더없이 소중한 감동입니다. 힘들다가도 아이의 입에서 피어나는 예쁜 말, 해맑은 웃음에 다시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요. 보물이를 키우며 저 자신도 '네 살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얼마나 즐거울지, 혼란스러울지 알아가고 있어요. 이 에세이에는 아이의 예쁜 말과 때론 속상한 말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물결쳤던 저의 솔직한 감정들이 담겨 있어요. 아이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이 기록이 육아에 지친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작은 위로와 깊은 공감,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보석이의 4살, 엄마도 4살 잘 성장하기를 기록합니다.

이전 01화감정이 물결치는 미운 네 살, 엄마도 4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