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주에 생겨난 작은 행성 '동생'

보석이의 평화로운 우주에 동생이라는 운석이 충돌하다

by 오알로하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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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작은 우주에 생겨난 작은 행성 '동생'


둘째를 계획하고 출산하며 '동생 스트레스'라는 말을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였다.

당연히 동생에 대한 질투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름 아이를 이해하며 헤아릴 마음도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저 귀여운 '작은 행성 동생'이 보석이의 우주에

조용히 자리 잡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은 보시 좋게 빗나갔다. 역시는 역시였다.


둘째의 존재는 작은 행성이라기보다는, 보석이의 평화로운 우주에 마치 운석이 충돌하는 것 마냥 아주

큰 격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충격파는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매일 새로운 갈등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생을 잠깐 안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품에 꼭 안아 재우는 '당연한' 어른들의 행동들은 보석이에게는

자신의 우주를 뒤흔드는 재난과 다름이 없었더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시선이 동생에게로 향하는 그 모든 순간이 보석이에게는 거대한 운석 충돌과 같았다. 그 혼란과 불안은 작은 아이의 입에서 뾰족한 언어로, 때로는 격한 행동으로 터져 나왔다. 동생에 대한 질투와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시기가 하필 미운 네살 이라니.


이빨 닦기 싫은 것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것도, 심지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장난감이 잘 열리지 않는 사소한 짜증마저도 그 끝에는 동생을 향한 분노가 자리 잡고 말았다. 아마 아직은 동생이 만만해서, 또는 자신의 불만과 불안을 쏟아낼 핑계거리가 필요해서 다양한 이유로 동생에게 운석을 충돌할 만한 계기를 찾아내곤 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동생을 이해해주고 언니의 역할을 받아들여 주겠지, 하는 마음은 역시 어른들의 욕심이라는 걸 알게되니 더 마음이 힘들어졌다.


아이의 마음속 거친 폭풍은 때로 몸으로까지 표출되기 시작되었고, 어느 날은 자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할퀴고, 꼬집고, 등짝을 세게 때리는 등의 행동까지 나타나면서 훈육과 이해의 사이에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과 언니라는 기대감과 책임감을 주려 했던 마음이, 어쩌면 이 작은 아이에게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보석이도 이제 겨우 네 살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언니'라는 타이틀에 묻혀 보석이 그 자체를 잊어버리면 안된다. 뾰족한 가시를 세우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이 작은 아이는, 어쩌면 동생보다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없이 약한 동생을 지켜야 하고, 동시에 상처받아 뾰족해진 첫째의 마음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마치 위태로운 저글링을 하는 듯, 이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다.


너의 작은 우주에 찾아온 이 작은 행성이 언젠가는 너에게 더 큰 별이 되어 빛나는 날이 올 것을 믿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기는 합니다. 우리가 저 먼 우주를 모르듯이 보석이의 우주도 잘 알 수가 없어 오늘도 보석이의 뾰족한 감정 뒤에 숨겨진 진심을 헤아리기 위해, 그리고 동생이라는 새로운 존재와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우주 주변을 도는 행성처럼 곁에 있어야 한다.


동생을 때리는 언니, 훈육이 필요할까요? 조금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줘야 할까요?



이 책은 '미운 네 살'이라 불리는 딸 보석이와 함께 쓰는 예쁜 기록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쏟아내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제겐 더없이 소중한 감동입니다. 힘들다가도 아이의 입에서 피어나는 예쁜 말, 해맑은 웃음에 다시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요. 보물이를 키우며 저 자신도 '네 살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얼마나 즐거울지, 혼란스러울지 알아가고 있어요. 이 에세이에는 아이의 예쁜 말과 때론 속상한 말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물결쳤던 저의 솔직한 감정들이 담겨 있어요. 아이의 말 한마디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배움과 깨달음을 주는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이 기록이 육아에 지친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작은 위로와 깊은 공감,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보석이의 4살, 엄마도 4살 잘 성장하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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