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1954)
이 책은 나와 내 베프가 고전책을 한 참 열심히 볼때 베프가 읽고 강추 했던 작품이다.
보통 읽고 싶은 책은 베프 서평을 안 보고 나중에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보는데 이 작품은 별로 볼 생각이 없어서 베프의 서평을 읽었었고 흥미진진해서 몇몇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눈에 딱 띄어서 가져와 읽어버림 ㅎㅎㅎ
이 책을 추천한 베프 덕에 윌리엄 골딩 작가를 알게 되었고 난 그의 다른 작품을 먼저 만나고 싶어서 소개받은 그 때 <상속자들> 작품을 빌렸었다. 넘나 원시인들의 이야기라고 깜놀했던 기억이 ㅋㅋㅋㅋ 넘 특이한 소재이면서 생소하지만 흥미로워서 그 작품의 몇 부분도 아직 기억에 남는데 이 <파리대왕>을 읽으니 바로 <상속자들>의 장면이 떠오름! ;;; 찾지 않았는데 작가의 분위기를 바로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ㅎㅎㅎ 그런데 이 책의 번역은 사실 아쉬웠다. 요즘에 쓰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표현들이 좀 많이 보였음... 다른 번역이 있다면 그 번역으로 보길 추천하고 싶다.
아이들만이 무인도에 비행기 불시착으로 남게 되었고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이라고 해도 각자 수준이 넘나 다 다르다. 어떻게든 어른들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야 산다는 것을 알고 있는 랠프는 불을 피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쓴다. 하지만 여기 있는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렇게 불 지키는 건 넘나 재미없음! 재밌는 것만 하고 싶음!!! 불 당번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고 신나게 물놀이하고 각자 놀이하느라 바쁘다. 랠프와 그 비슷한 또래인 사이먼, 둘 만 오두막을 짓기 위해 온종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기진맥진해진다. 비슷한 또래 잭은 사냥에 꽂혀서 사냥 무기를 만들고 멧돼지 잡을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랠프나 잭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직 사리 분별을 잘 못하는 아이들도 구조 되기 위해선 불을 피워야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했고 그래서 랠프를 리더로 여기고 그를 더 지지하지만 막상 너무나 재밌고 짜릿한 사냥을 시작하고 피로 범벅이 되면서 멧돼지를 잡는 쾌감을 알게되자 잭을 따르면서 그들의 본능에 충실해지기 시작한다.
랠프 옆에서는 무인도에 있는 아이들 중에 가장 지혜롭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돼지가 있는데 이 친구가 돼지인 이유는 자신을 돼지로만 부르지 말아달라는 부탁에 랠프가 거리낌 없이 돼지라고 불러서 이름이 돼지가 되었다. 이 부분이 작품 아주 초반부터 나오는데 이 때부터 정말 마음이 불편함... 돼지는 그의 장점인 이성적인 판단이나 그의 존엄성에 대해서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 랠프는 소라를 처음 불고 그 소리에 아이들이 모여서 랠프가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는데 그는 사실 리더가 될만큼의 자질이 없다. 하지만 돼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반드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돼지를 통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랠프는 돼지의 이성적인 능력을 빌려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고 실제로 더 더욱 발전한다.
아이들이고 모르는 섬에 있으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생기는데 특히 아주 어린 아이들이 끔찍한 짐승이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짐승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랠프, 잭, 사이먼에 산 위로 올라가는데 한 밤중에 그들은 그곳에서 정말 무서운 존재를 보았다고 생각하며 크게 두려움에 빠진다.
아이들은 멧돼지 사냥을 한 후 그 머리를 잘라서 산 위에 그 괴물에게 바치는 제물로 막대기에 꽂아두고 나머지 부분만 먹기 위해 가지고 내려간다.
그 피범벅 된 머리와 창자에 새까만 파리들이 들러 붙는다. 원래 어떤 것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끔찍하게도 많이.... 이 장면을 사이먼이 바라보는데 사이먼 눈에는 파리대왕이 보였다.
그 파리대왕은 경고한다.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을 꺼라고...
정신이 잃은 사이먼이 잠시 후 깨어나 아이들과 짐승을 목격했던 곳을 다시 가서 확인해보니 그건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죽은 조종사가 낙하산에 달려 있는데 그 낙하산이 나무에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이먼이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갔는데 마침 그 때 아이들은 멧돼지 사냥을 하고 사냥 후 흥분하여 원시 부족들이 할만한 춤과 노래를 추며 사냥했던 장면들을 흉내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사이먼은 그 괴물은 진짜 괴물이 아니었다고 소리지르며 이야기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듣지 않고 희생제물 위치에 들어온 사이먼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바다로 내던져진다. 이렇게 첫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남....
랠프와 그를 지지하는 아이들이 자기들은 그곳에 없었다고 스스로 발뺌하듯이 말하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사건으로 야생이 폭발한 아이들은 더 힘차게 그 길로 달려나간다. 그들은 얼굴에 분장을 하여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외부에 노출 시키지 않고 본인들의 본능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들이 된다. 정말 인간의 악한 본성 폭발의 모습이 어떤 지를 참 잘 그려냈다고 느꼈던 장면이다.
아이들은 불을 붙일 때 돼지의 안경 렌즈를 이용해서 불을 붙이고 있어서 잭 무리엔 새로운 불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밤에 랠프 진영을 공격해 돼지의 안경을 빼앗아가고 눈이 심하게 좋지 않은 돼지는 거의 장님과 같은 처지에 놓인다. 랠프와 돼지와 그 진영에 있던 쌍둥이들이 용기를 내서 잭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대화가 통하는 지성인들이 아닌 짐승같은 야생인 그 자체이다. 돌을 굴려 랠프가 리더임을 상징했던 소라를 부수고 돼지도 바다로 떨어지게 해서 죽게 만든다. 쌍둥이들은 끌려가고 그들은 랠프를 죽이기 위해 반 미쳐있다. 사실 그들은 랠프를 죽일 이유가 전혀 없다. 그냥 본능에 끌려서 그게 재미있고 그게 그들이 하나되도록 만드니 그렇게 랠프에게 집착해서 야생으로 눈이 뒤집힌 아이들이 랠프를 쫓는다. 랠프가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곳에 숨어 있자 아이들은 불을 피우고 그 불은 엄청 커져서 섬을 태운다. 랠프는 죽지 않기 위해 미친듯이 해안가로 도망치고 아이들이 랠프를 처리하기까지 딱 한 걸음 남았을 때 섬에 큰 불을 보고 어른이 섬에 도착해서 랠프와 만난다. 랠프를 죽이려고 쫓아왔던 아이들은 순간 그들의 목표가 사라지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마무리된다.
이 뒷부분이 정말 우와~! 싶었음 ㅎㅎㅎ 그나마 희망적으로 끝나네~ 랠프도 개죽음 당하고 그 안에서 반란과 힘의 전쟁같은 일들이 벌어진후 모두다 죽는다로 끝날 줄 알았는데 ㅋㅋㅋㅋ <1984>보다는 밝구나 하면서 허허 했다는 ㅎㅎ
문명의 잔인성도 사탄 저리가라 이지만 야생의 잔인성은 일단 깊이 생각을 안하니 브레이크가 없는 느낌이다. 본성이, 야생이 인간을 지배하면 어린 아이들도 얼마나 잔인하게 행동 할 수 있는지 정말 잘 표현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서 구원의 손길이 오자 이내 마음을 놓고 울어버리는 그 순수성이 아직은 너희들은 아직 희망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라면 자신들의 죄를 덮기위해 그 구원자들을 다 처리하고 배만 탈취할 수 있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잔인한 본성과 추악함이 다 드러나서 불편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라 아직은 희망이 있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어른 버전보다는 좀 덜 절망적인 느낌이었다. 어릴 때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직 살아갈 시간이 많고 순수함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더 교정이 잘 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는 거라 생각된다.
강렬하고 흥미로웠던 <파리대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