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 (1834)
유튜브에서 알쓸인잡 짤을 보았는데 김영하 작가가 발자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도전정신이 투철하여 그렇게 사업을 많이 벌였는데 벌이는 사업들이 족족 망해서 본인은 물론 주변사람들도 많이 힘들게 했던 인물이라고... 그래도 글을 참 잘 써서 정말 다작을 했는데 자신이 글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 글은 어떻게든 연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재능이고 연명할 수 있고 좀 여유가 생기면 또 사업해서 망했다고 ㅋㅋㅋㅋ
들으면서 정말 괴짜같은 삶을 살았네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발자크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했다. 김영하 작가도 정말 글을 잘 썼다고 하여서 이 분 작품은 한 번은 읽어봐야겠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음. 그러다 밀리의 서재에서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고리오 영감>이 있는 것을 보고 전자책으로 읽었다.
보고 정말 위고도 영향을 받았네! 라고 느낌! 전에 만나봤던 에밀 졸라의 느낌도 있고 귀스타브 플로베르 느낌도 있는데 인터넷에서 발자크를 검색해보니 실제로 이 분들이 발자크의 영향을 받았다고 나온다. 무엇보다 <레 미제라블>에 있는 많은 설정들을 이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리오 영감은 제면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엄청난 부자였다. 아내가 죽고 그에겐 두 딸이 있었는데 그 딸들을 과하게 사랑했다. 그녀들의 행복을 위해 결혼 지참금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넘겨주어서 번듯한 집안으로 시집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들은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했다. 그래서 딸들은 애인을 만드는데 자신의 딸들을 사랑해주어 그녀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애인들을 위해서도 고리오 영감은 자신의 있는 것을 다 긁어모아서 돈을 갖다 바친다. 정말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주는데 그 물건들 중에 고리오 영감이 정말 아끼던 은식기들이 몇 번 언급된다. <레 미제라블>의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가 생각이 나는 장면이었다. 자신에게 남은 것 중에 유일하게 가치있고 소중한 은식기. 미리엘 신부의 은촛대도 그런 의미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내어놓는다.
고리오 영감이 딸들을 비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모습도 장발장이 코제트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모습과 겹친다. 장발장은 질투 때문에 위험할 뻔 했지만 다행히 선을 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코제트에게 주고 마음 착한 코제트는 장발장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해주고 진심으로 슬퍼한다.
하지만 고리오 영감의 딸들은 아니었다. 정말 아버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얼마나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던지... 그가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그를 안타깝게 여겼던 이웃이 그녀들에게 사실을 말해주고 빨리 아버지 곁으로 가라고 하지만 딸들은 자신들의 상황이 더 안 좋다며 가질 않는다. 큰 딸은 임종 후 뒤 늦게 오지만 장례식은 두 딸 모두 참석도 안함. 진짜 비참하게 버려진 모습이다.
고리오 영감은 자신은 거지처럼 살면서도 딸들이 아름답고 호화스럽게 살면서 행복하다고 속삭이면 그걸로 행복해 하며 모든 것을 다 가진 자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 자신이 얼마나 자식교육을 잘못 했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숨이 꼴딱 넘어가서 딸들이 미친듯이 보고 싶을 때 그녀들이 결국 오지 않자 그의 분노가 폭발하는데 자신이 정말 딸들을 잘못 키운지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딸들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서, 그걸 자신이 못 참아서 모든 것을 다 해주었고 그것이 딸들을 임종 직전에도 찾아오지 않은 불효녀로 만들어버렸음을 안다. 그게 너무 딱함.... 과함이 결핍보다 얼마나 더 독인지를 저릿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도 리어왕은 셋째 딸이라도 있었지 고리오 영감은 그렇게 사랑을 쏟았던 자식중에 아무도 자신을 돌보지 않아 더 비참한 신세였다. 그와 같은 하숙집에서 지낸 외젠이란 젊은 학생이 고리오 영감의 둘째 딸의 애인이 되면서 이 모든 사실을 알았고 그의 장례를 진행한다. 그의 이런 개같은 죽음에 분노하면서 '단판을 짓자'라고 외친다. 그래서 나는 그녀들에게 적의를 품고 나름의 정의를 구현하려나 했건만 장례 후 그는 그 길로 죽은 고리오 영감의 둘째딸이자 자신의 애인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작품이 끝난다. 얼마나 허무한지! ㅋㅋㅋ 근데 이게 삶이지... 암요... 그대의 죽음은 그대의 죽음이고 나는 살아있으니 저녁을 먹어야지... 그럼 그럼....
이 외젠도 사실 괜찮은 청년과 타락한 젊은이 중간에 서 있는데 출세하기 위해선 사교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진짜 여유가 없는 자신의 집에 돈을 달라고 편지를 써서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소유를 탈탈 턴 돈을 받아 자신의 외모에 치장하고 도박을 한다. 그리고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사촌누나를 통해 파티에 참석하면서 반반한 얼굴과 젊음을 무기로 다른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초대들을 받는다. 그 때 고리오 영감의 큰 딸과 둘째 딸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사교계를 계속 다니기엔 너무나 가난했다. 그 사실을 안 같은 하숙집에 사는 보르탱이 같은 하숙집에서 거주하는 엄청난 상속을 받을 수 있으나 딸이라는 이유를 상속을 안주려고 하는 아버지 때문에 가난하게 살고 있는 처녀가 있었는데 상속자인 그녀의 오빠를 처단할테니 그녀와 결혼해서 그녀의 유산을 다 상속받아서 니꺼하고 그 중 얼마를 자신에게 달라고 유혹한다. 여기에 외젠은 흔들린다. 다행히 보트랭이 탈옥수라는 것이 들통이 나서 경찰들이 잡아가게 되어 그 위험에서 빠져나오지만 그의 유혹 때문에 순수한 그 처녀는 외젠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마음 고생을 한다. ㅠㅠ 이렇게 쓰레기 짓도 하지만 자신의 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자신은 너무나 비참하고 거지같이 사는 고리오 영감을 진심으로 불쌍히 여겨 그가 임종이 가까울 때 물심양면으로 돕고 장례까지 마친다.
이 작품에서 정말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보트랭이 외젠을 유혹하는 부분인데 그의 말은 정말 정신을 혼미케한다. 얼마나 악하고 속이 시커먼게 다 보이는데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유일한 구원처럼 보이는지! 이것이 파멸의 유혹이구나라는 것을 정밀하게 보여준다. 분명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이걸 하면 파멸하고 죽는거야라고 분별이 되는데 듣고 있다보면 너무 달콤하고 너무 아름답고 어느샌가 그걸 가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표현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는 두 딸들이 아무것도 없는 고리오 영감에게 와서 서로 자신들이 더 힘들다고 돈 더 없냐고 돈 달라고 둘이 같이 달려들고 서로를 원망하는데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 진짜 인간의 추악함이 그대로 맨 얼굴을 다 드러내보이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얼마나 이기적인지.... 분명 인간은 모두 다 이기적이긴 하지만 고리오 영감이 그 이기심을 얼마나 극대화 되도록 키워놨는지.... 서로 아빠가 더 이상 줄 돈 없어서 우리가 죽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것도 넘 괴로운데 너무나 사랑하는 두 딸이 서로를 원망하며 상처주며 싸우는 걸 보자 고리오 영감은 결국 뇌출혈이 오고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이런 적나라함이 에밀 졸라나 귀스타브 플로메르 작품에서 느꼈던 느낌과 많이 비슷하다. 고골에서 도스토예브스키의 느낌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을 느낌...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라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특히 발자크는 <인간극>이라는 이름으로 큰 세계를 쓰는데 무려 90편의 작품이 포함되고 그 중 이 <고리오 영감>도 포함 된다. 발자크는 <인간극>으로 유럽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되고 인간 재등장 기법을 최초로 사용해 일종의 유니버스를 확립했다고 한다. 에밀 졸라가 그렇게 작품을 썼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것의 시작이 발자크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고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의 초석과 같은 <고리오 영감>을 이제라도 읽게 되고 알게 되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