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다롱 오피스텔링_회사생활 추억한다.
우리 회사는 시내 한복판 대기업 사옥에 8층에 임대해 있었다. 엄청나게 큰 건물이었는데 지하와 1층에는 카페와 편의점, 은행, 상가서점 등이 있었고 2층부터 중간층까진 일반 회사들이 들어와 있었고, 중간층부터 탑층까지는 해당 대기업에서 사용 중이었다.
그 건물에는 거기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의 구두를 닦고 수선해 주시는 구두아저씨가 계셨다. 지하 1층에 작은 매장을 갖고 계셨고, 아침이면 1층부터 25층까지 전층을 돌며 구두를 수거하셨다. 닦는 분, 수선하는 분들의 구두를 너무나 현란한 손놀림으로 한 번에 여러 켤레를 묘기처럼 들고 다니셨던 기억이 난다.
부부가 하셨는데, 아내분인 여자 사장님은 늘 지하 매장에 같은 시간에 나와 매장을 지키고, 들어온 구두들을 닦고 정리하셨다. 아내분은 닦는 일을, 남자 사장님은 주로 수선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 건물은 25층까지 있는 건물로, 근무하는 직원들 수만 헤아려도 천 명이 훌쩍 넘을 텐데, 그분은 그 건물의 구두를 독점하셨다.
제일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의 구두를 다 기억하고, 구두 주인들의 특징들도 귀신처럼 기억하셨다.
사실 모아놓으면 남자들 구두는 이게 저거 같고 저게 이거 같고, 오죽하면 고깃집에서 남의 구두를 착각해서 신고 갈까 싶은데, 그분에겐 초인적인 기억력이 있었다. 아니, 그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과 구두가 그림처럼 잘 정리되어 머리에 박혀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 부부는 하루 일과를 마치면
조금 떨어진 주차장으로 가서 최고급 에쿠우스를 타고 퇴근한다고 했다.
허름한 차림새였지만 그들은 엄청난 알부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다른 곳에 있던 그 회사가 이곳으로 사옥으로 지어 온 것인데, 그 부부는 그 옛날 장소에서부터 해당 회사 전 직원의 구두를 도맡아 관리하다가, 해당 기업을 따라온 것이라고 했다.
하여간, 우리 회사 건물에서 제일 부자는 그 부부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그 소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일 년 내내 허름한 차림의 부부가 특유의 바지런한 발걸음으로 전층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그 부부를 보았다. 단골 국수집에서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이었는데, 그 부부가 이른 퇴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차는 에쿠우스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비싼 수입차였다.낮에 허름했던 외양과는 달리, 골프옷으로 갈아 입은 두 부부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좋은 차를 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와, 맞네 맞아. 이 건물에서 제일 부자는 저 아저씨 부부라는 말이 !
우리는 눈앞에서 확인된 소문을 입으로 외치며 식당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