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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Mar 27. 2017

이바바와 40인의 도전

울지 않는 두견새



 鳴かぬなら 殺してしまえ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죽여버릴 터이니 두견새야)
-오다 노부나가

鳴かぬなら 鳴かせてみせよう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울려 보이마 두견새야)
 - 도요토미 히데요시

鳴かぬなら 鳴くまで待とうほととぎす(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마 두견새야)
-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는 일본 전국시대, 오사카 근 나라에 위치한 호류지(법륭사) 인근에 대규모 숙박시설 공사가 있었다.  호류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로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이 절을 순례하려는 수많은 승려들과 불자들의 발걸음이 연일 끊이질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수용할만한 숙박시설이 태부족한 실정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휘하의 성주로 나라 인근을 다스리고 있던 다루 히즈라시는 이를 고민하던 끝에 호류지 인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여 순례객들을 위한 대규모 숙박시설 확충 공사를 지시하였고 당시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장인들이 대거 초청되어 다루 히즈라시와 약조를 맺어 공사를 진행하였다.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성주인 다루 히즈라시 측이 약조한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자 공사에 사용할 목재와 석재 등을 구입할 자금이 동이 날 지경에 이른 조선의 장인들은  해당 공사를 향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하루는 호류지에서 새벽 불공을 드리고 절 문을 나서던 조선 장인들의 우두머리인 대목장 이바바 앞에 젊은 동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며 고민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조선 장인의 우두머리인 대목장 이바바는 그 동자를 매우 괴이히 여겨 앞뒤 곡절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는데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던 그 젊은 동자는 빙긋한 미소를 짓더니 대목장 이바바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거렸다.


몇 날을 고민하던 대목장 이바바는 조선 장인들을 모두 한 곳에 소집한 이후 자신을 믿고 온전히 함께 따라 줄 것을 호소했고 그 날로 호류지를 방문해 조선 장인 40인의 머리를 모두 삭발한 채 불가에 귀의하기로 호류지의 주지에게 다짐하였다.


조선 장인 40인은 100일 불공을 시작하며 부처님의 법력으로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던 공사의 성공적인 완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일 정성을 다했는데 날이 새고 밤이 오는걸 채 잊을 지경이었다.  호류지를 방문했던 전국 각지의 사찰 승려들과 법력을 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던 많은 불자들이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가상히 여겨 그들이 돌아 간 지역의 주민들에게 이 일을 소상히 알렸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어느 날 오다 노부나가가 인근 사찰에 들렀다가 사찰의 주지에게 이 일을 전해 듣고 심히 해괴하게 여겨 부하 장수 이부라히노에게 이 일의 자초지종을 낱낱이 알아 오도록 했는데 지시를 받은 부하 장수 이부라히노는 나라 호류지를 방문해서 조선 대목장 이바바로 부터 부처님의 법력이 온 천하에 퍼지도록 하기 위한 사명을 가진 조선 장인 40인이 나라 성주 다루 히즈라시의 변심으로 인해 지금 낭패를 겪고 있다는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에게 상세히 보고했다.


이야기를 들은 오다 노부나가는 나라 성주 다루 히즈라시를 급한 전갈로 불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부처님의 법력을 온 천하에 떨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 이 곳 먼 이역 땅까지 성큼 찾아온 조선 장인들과의 약조를 섣불리 어긴 것은 그대와 조선 장인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일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그대의 주군인 나와 일본의 명예를 매우 더럽힌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법력으로 불가에 입문하여 성공적인 완공을 기원하고 있는 조선 장인 40인이 조선으로 돌아가 장차 우리를 어떻게 평할 것이며 명색이 이 땅에서 '불국토 성지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내가 극락정토 가는 길에 부처님의 얼굴을 어떻게 대하라는 것인가?  내 이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하여 통탄을 금할 길이 없으니 속히 그대는 나라로 돌아가 조선 장인들과의 처음 약조를 이행하여 더 이상 그로 인한 수치가 없도록 하라."


사색이 되어 나라로 돌아온 다루 히즈라시는 조선 대목장 이바바를 불러 약조한 금액을 지불하고 자신의 옹졸함에 대한 용서를 사죄했다.  이튿날 새벽 호류지를 찾아 새벽 불공을 마치고 나오던 대목장 이바바 앞에 다시 예의 동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바바가 동자에게 깊숙히 합장하고 동자의 이름을 묻자 동자는 수줍게 웃으며 '마디나가'라는 말을 남겼다.  동자와 헤어진 후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 본 대목장 이바바는 동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동자 모양의 바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호류지를 찾는 이들은 이 바위를 일컫어 '마디나가 바위'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훗날 이 곳에 머물다 돌아간 서역상인들이 전한 이 일화가 변색되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이야기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오늘날 '알리바바'라는 이름은 왠일인지 도둑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아랍어 화자들 간에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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