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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내 가던 길

by 오스만


초가집 근처 강물이 꽁꽁 얼고

어스름 저녁에 눈발이 성성이던 날

나그네가 마침 그 집을 찾았을 때

성 그런 툇마루에 앉아 다듬이

방망이질하던 아낙은 연신 대문 밖

인기척에 귀를 열어 두었다


대학교 다닐 때 그곳에 갔던 길은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하루 두 번 청량리역에서

완행열차를 타야 했다

간이역 뒤로 오르막 오솔길을 지나

강으로 난 내리막을 또 걸어야 했다


영하 십 오도 칼바람에 강은 얼고

날은 이미 커튼처럼 어두울 때

밥 짓는 굴뚝 연기 봉화처럼 오르고

돌아갈 막차는 이미 떠나갔다고

막연함 하나 잠시 스쳐 지나면

강 건너 불빛들 반딧불 같았다


강진 18년 유배 마치고 돌아온

그 나그네 다산 정약용에게

능내는 언젠가 돌아가야 할 곳이었고

강가에서 하얀 입김 토해내다

발 동동 굴렀을 내게는 그저

잠시 머무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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