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오후 열 시 이십칠 분을 가리킬 때
까닭 없는 허기로 외로웠다
한참 동안 그 허기와 외로움을 궁리해도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전기포트 스위치를 올려 물 끓이다가
라면이나 먹을까 말까 망설였다
망설이던 시간 물은 보글보글 끓었으나
물이 끓고도 그 망설임은 멈추지 않았다
불현듯 얻어다 놓은 커피를 생각했다
갓 볶은 커피는 아프리카 흙처럼 검붉었다
시간은 열 한시가 이미 다 되었는데
커피를 마시는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몇 잔 커피를
마시는 일은 가당키나 한 일일까
격식 없이 시간도 잊고 후루룩 국물마냥
카페인 가득한 그 커피를 마시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