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나 가던 날은 사월이었다
사라고사 가는 열차표를 알아보려
들렀던 바르셀로나 역에서 그곳 가는
티켓을 덜컥 사고 말았다
사건은 경황없이 온다지만 그 날
떠나는 열차에서 허전함을 알아차렸다
새로 산 내 레이반 선글라스
그 물건이 사라져 버렸다
진품인진 모르지만 그 언저리
셈을 치르고 안경점에서 구했던
멀쩡한 레이반은 깜쪽같이 사라졌다
두 시간 내내 선글라스 생각만 했다
지로나 역에 도착했을 때
소낙비가 투두둑 잠깐 내렸다가 하늘이
쨍해지자 또 나 자신을 책망했다
왜 여기를 오고자 하였던가
하룻밤 지낼 숙소를 구해 카운터에
내 선글라스를 다시 찾겠느냐 묻자
안내 직원은 그만 잊어버리라 했다
바르셀로나는 물건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가방을 방에 두고 낯 선 거리로 나와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자 성당이었다
그 뒤로는 오래된 성벽길이었다
시큰둥하게 해질 녘 까지 혼자 걸었다
마을로 내려서자 해가 지려고 했다
시내 상점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가로수 봄꽃들이 그 불빛에 환해졌다
낮 동안 숨어있던 아름다움이 드러났다
숙소로 돌아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봄, 지로나와 잃어버린 선글라스 중에
뭐가 더 지금 소중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