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오렌지 색으로
잠깐 주춤했다가
물컵에 떨어트린 잉크마냥
그 색을 금세 바꾸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구 한 사람 귀띔해 주지 않았다
무대 위에 뜬 조명 하나가
희미해지는 듯 보였다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내 머리 위에 별이 하나씩
반짝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밀밭에 부는 바람을
누가 가진 것이 아니듯
하늘에 뜬 별 올려다보는 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일
낮 동안 멈추지 않고
웅성하던 소리 침묵 속에 잠겨
미동도 않고 곯아떨어지면
나머지 별들 한꺼번에 고개 내밀었다
별은 검은 심연 밑바닥을
살랑살랑 헤엄치는 물고기
비늘처럼 하나둘씩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땅 위에 쏟아지던
별빛은 그날따라 유독
섣달 그믐날 밤 날리었던,
눈처럼 사박사박 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