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은 카이로를 가로질러 알렉산드리아 하구로 흘렀다. 강물이 지중해와 만나기 전 잠시 들렀다 가는 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여전히 그 동네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굳이 호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차피 당신이 생전 처음 들어봤을 낯선 이름일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심에서 차를 타고 두어 시간 이상을 달려야 했다. 길이 좁아지면 긴 수로를 따라 대추야자 숲이 이어졌다. 도로에는 당나귀 짐수레가 자동차보다 많아졌다. 볼 일을 마치고 나자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버렸다. 상점들이 드문 드문 한 시장 인근에 차를 세웠다.
"이런 곳에 밥 먹을 식당이나 있을까?"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하는 시골마을이었다.
외지인을 신기해하며 몰려든 마을 사람들 시선을 모두 받아내야 했다. 몰려온 허기가 아니었으면 도심으로 나가는 것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앞서 걸으며 길을 묻던 운전수 무함마드가 뒤를 돌아보며 손짓을 했다. 골목길 초입에 식당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식당 문은 열려 있었지만 주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운전수가 옆 가게 주인을 통해 수소문을 했다. 10여분이 지나 식당 주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벽에는 사진과 함께 아랍어 메뉴 몇 개가 붙어 있었다. 내가 케밥을 고르자 주인은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다. 운전수를 통해 이유를 물었더니 식재료가 없다고 했다.
"역시 알렉산드리아로 나갔어야 했나 봐."
하며 바깥을 나서려 하자 주인이 말렸다.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한 뒤 그는 식당 밖으로 사라졌다.
돌아온 주인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무언가 했더니 인근 정육점에서 케밥용 재료를 사들고 온 것이었다. 주인은 잠시만 기다리라며 손가락을 모아 보이는 동작을 했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자 모여있던 파리가 놀랐는지 한꺼번에 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역시 여기는 아니었어."
나도 모르는 푸념이 나왔지만 한창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던 주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운전수 무함마드도 멋쩍은지 웃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을 지나서야 식당 주인은 걸레빵을 담은 바구니와 함께 큰 접시 하나에 담아 군데군데가 검게 그을린 케밥을 식탁 위에 올렸다. 넓적한 빵 위에 구운 토마토와 양파를 올리고 케밥을 얹어 먹어보라며 운전수가 동작을 보였다. 그가 하는 대로 했더니 아주 기가 막힌 맛이었다. 처음 식당 문을 들어선 이후, 한 시간 가까이 부글거렸던 내 마음은 흔적도 없이 가라앉았다. 식당 주인은 웃고 있는 내 표정을 보고서야 나와 눈을 마주치며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을 했을 때는 밤 시간이었다. 근래 가장 맛있게 먹었던 식사였을 것이다. 식당에 등급을 매길 수는 있겠지만, 만찬에는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