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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essa in Ukraine

'오데사 풍경과 그들이 즐기는 간식 탐방'

by 오스만
особливо завдяки Олександрі на сніданок щоранку в
날 위해 장미를 준비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0여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애초 예약해 둔 터키항공편이 정상적으로 발권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항공으로 비행 여정을 변경했는데 비행기에 앉고 보니 시설이 무척 낡아 보였다. 특히 창을 통해 내다 보이는 기체의 날개 부분에 군데군데 얼룩이 져서 말끔해 보이지 않았는 데다 기분이 그래서 였을까?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는 날개가 휘청 휘청해 보였다. 아무튼 비행기가 구름 위로 높이 올라가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는데 기내식 없는 유럽 저가항공 시스템을 따라 간식을 건건이 판매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우여곡절 끝에 오데사 공항에 비행기가 도착을 했다. 나의 우크라이나 첫 방문이었다. 트랙을 내려와서 버스를 이용해 공항청사로 이동을 했는데 승객들은 질서 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입국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사대에 앉은 군복을 입은 여자 군인이 나를 힐끗 한 번 쳐다보더니 옆에 앉은 동료에게 몇 마디를 물어본 후 여권 위에 도장을 꾹 찍어 주었다. 인상이 나쁘지 않은 금발의 미인이었다. 짐은 의외로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입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휴대폰 개통을 해주는 남자 하나가 'Vodafone'부스에 앉아 데이터 사용을 안내해 주었다. 데이터 개통에는 4 USD 가량을 요구했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택시기사는 15 USD를 요구했다. 3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나중에 확인하고 보니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요금의 3배 정도 되는 바가지요금이었다.


숙소 주인은 친절했다. 한쪽 다리를 살짝 저는 듯 보였는데 장애가 있는 건지 아니면 최근에 다쳐서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흑해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3층의 방으로 안내를 해 주었고 방은 무척 말끔했다. 짐을 풀어 신발을 바꾸어 신고 숙소에서 나왔다. 숙소에서 50여 미터 정도를 걸어 나오자 버스 정류장이 보였고 금방 버스가 도착했다. 30인승 정도 되어 보이는 버스에 올라탔는데 창문은 반쯤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옆에 앉은 청년에게 길을 물었더니 몇 정거장 지나서 다시 버스를 바꾸어 타야 한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비로소 오데사에서의 첫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환승을 위해 내린 버스 정거장 앞에서 '샤와르마' 하나를 샀는데 세 사람은 족히 나누어 먹을만한 크기였다.


버스와 트램이 교차하는 정거장 앞에는 담배와 음료수 등을 파는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말보로 담배 한 갑의 가격이 26 흐리브냐 가량 하는 듯 보였다. 1 USD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뭐라고 해야 할지... 흡연을 장려하는 국가정책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오데사 공항 면세점에서 파는 말보로 1보루의 가격이 40 EURO 하는 것으로 볼 때 면세 가격이 시중 판매 가격의 4배가량으로 책정되어 있는 뭔가 면세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국가정책을 가진 나라다. 이집트 카이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1회 탑승권이 130원 정도 하는데 이 곳 전차 탑승객들이 지불하는 2 흐리브냐의 가치는 한국 돈 80원 가치다. 명색이 유럽인데.

거리에 상관없이 버스요금은 5흐리브냐
시내 여기저기 연결된 전차요금은 2흐리브냐

4 USD를 지불하고 공항에서 구입한 데이터 심카드로 구글 지도를 연결해 전차와 버스를 이리저리 환승하며 돌아다녀 보았다. 가끔씩 데이터가 끊기는 경우가 발생을 하긴 했지만 길을 찾아 가는데 대단한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때때로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나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나와 같은 이방인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고 느린 전차의 엔진에서 들려오는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는 내게 이유 없는 안도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뭔가 느슨한 시간의 한가운데 부분을 천천히 지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메트리스를 들고 있는 남자가 차량 신호대기 시간동안 꼼짝을 않고 있어 옆에 앉은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간판이라고 했다. 내가 시력이 약해진 탓인지 아니면 간판이 너무 정교한 탓?

오데사 시내에서는 의외로 택시를 잡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다. 기본요금 35 흐리브냐부터 시작하는 택시비는 미터기를 통해 요금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 기사들이 가진 모바일폰의 앱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듯 보였는데 정확하게 계산되는 메커니즘은 시간 단위인지 거리 단위인지 아니면 지도 앱으로 거리와 시간을 합산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대부분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서 현재 위치와 도착 위치를 의뢰하면 예상 가격과 함께 택시를 출발위치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거리 곳곳이나 버스와 전차 여기저기에 택시회사들의 대표번호가 광고되고 있었다.

오데사 기차역 올라가는 계단에서 악사가 Il Silenzio를 연주하고 있다
오데사 기차역 앞 풍경
수염을 기른 남자가 기차 승강장 잡지판매대에서 잡지를 고르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오데사 기차역은 남부 우크라이나의 중앙 기차역 역할을 한다고 했다. 19세기에 완공돼 유럽과 터어키 등지를 연결하는 주요한 운송수단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2차 대전 기간에는 폭격 등으로 전파되어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고 2006년경에 새로 단장을 했다고 했다. 세일러 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습과 도시와 도시 간을 이동하는 여러 여행객들의 모습으로 역의 풍경은 무척 분주해 보였다. 역 앞에 자리 잡고 있는 '맥도널드'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다 포템킨 계단이 있는 흑해 바닷가로 발길을 향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비슷한걸 본 기억이 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항구도시 오데사를 상징하는 듯
황금돔이 인상적인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예카테리나 2세의 동상
포템킨 계단 근처의 리슐리외 동상
포템킨 계단 너머 흑해가 보이고 젊은 연인이 흑해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국기
동상위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
전차와 버스와 차량이 뒤엉켜 있는 시내 풍경
수산물 판매로 유명하다는 프리보츠 시장 입구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 찍었더니 모형이었다


쇼핑센타가 몰려 있는 중심가


아테네몰 지하 수퍼마켓 전경

세계 제과회사 순위 20위 안에 한국의 롯데제과가 19위를 오리온제과가 13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는데 'Roshen Chocolate'을 제조하는 '루센'이 우크라이나 국적의 회사로 당당히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고디바'사가 터키의 'YILDIZ Holding'에 인수되어 터키 회사가 된 것도 흥미로운 일이고 '모리나가'나 '메이지'그리고 '부르본' 등의 일본 회사들이 순위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지만 역시 부동의 1위는 'M&M 초콜릿'을 생산하는 미국 회사 'MARS'다. 그러고 보니 초콜릿 생산을 모태로 하는 기업들이 순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세계 과자의 역사가 초콜릿 제조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는 의미인 건지.


미녀들이 밭을 갈고 소를 몬다는 나라 우크라이나


과연 이곳의 주인공인 그녀들의 입을 날마다 즐겁게 하는 달콤한 것들은 어떠한 것들일까? 스키니진을 입고 패션잡지의 화보처럼 우아하게 앉아 카페테리아 한편에서 커피 한 잔과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그녀들에게 칼로리로 충만한 이 나라의 달콤한 디저트들은 이방인인 나의 눈에 무척 생경해 보였다. 유독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란 게 있지도 않을뿐더러 중년의 나이부터 급격하게 몸이 불어나는 슬라브 여인 특유한 모습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된 갖가지 간식들과 함께 오버랩되었다.




버스나 트램 안에서 그리고 거리의 어디에서나 마주치게 되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람들은 유럽에서 두 번째 빈국의 시민들 같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 터미널 같은 오데사 국제공항 대기실에서 아랍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청년 4명을 만났고 그들이 이스라엘 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사는 곳이 '갈릴리 인근의 '나사렛'이라 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던 '유니스'라는 친구는 언젠가 한 번 한국을 꼭 방문해 보고 싶다고도 했다.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여름 시즌에 이 곳을 방문해 흑해 바닷가에서 몇 날을 보내 보리라 생각하며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오데사" 그 순간 이 도시가 참 우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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