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는, 이유가 있다

by 오스만


내 가난은 자명하다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책상이며 장식장이며

서랍이 달린 무엇이든

바닥에 멀뚱히 서 있는

그걸, 슬쩍 열기라도 하면

언제쯤 돈으로 바꾸어 왔을

누군가 웃으며 던져 놓았던

가지가지 잡동사니들

당장 버려도 이유 없는 것들

문득 쓰임새는 망각되고

먼지만 풀풀 뒤집어쓴 것들

용수철마냥 퉁퉁 튀어 오른다

내 오래된 가난이 이렇듯

밑도 끝도 없는 초여름 날

장마처럼 이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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