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정리하던 집사람이
서랍 속 손목시계들, 한 움큼
우르르 내 앞에 쏟아붓는다
채칵 채칵 채칵, 귀에 대보면
한때 뜨겁게 울던 그 소리는
아주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
호기심으로 또는 충동으로
지갑을 열어 덜컥 사들였던
콩알 크기 건전지 약발이 다해
기실 시간과는 별 상관도 없던,
그것들 꼼짝도 않고 있었다
대체, 내 시간은 어디로 간 거냐
손목시계 서랍에서 뒹굴거리다
초침부터 분침 시침 순으로
틀림없이 시간과 상관한다 믿고
손목 언저리 얌전히 차고 있던
이것들 하루 이틀, 잊혀져 갈 때
그동안 내 시간은 강물 바다로
흘러가듯이, 돌아올 길 영영 없는
기억 속에서 밥 주는 전지도 없이
지금까지
채칵 채칵 소리 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