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계속 오염된다. 지폐든 동전이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집트 파운드화는 유독 지저분하다. 셈을 치르고 받아 든 잔돈들, 지갑에 넣기 꺼려질 지경이다.
은행에 아침 일찍 간다. 문 열기 10분 전이다. 창구 하나만 열어 운영을 한다. 바깥에 줄이 긴데 세월아 네월아다. 그나마 문 열기 전에 가야 일이 좀 수월하다.
문 앞에 앉은 안내 아저씨가 번호를 부른다.
"미야 와 아르바아"
내 차례가 왔다. 가져온 미국달러를 꺼내 창구에 내민다.
"익스체인지 민 둘라르 아므리끼 일라 기니 마스리"
창구 여직원이 계좌가 있는지 묻는다. 못 보던 얼굴이다.
"없어요."
창구 여직원이 옆에 슈퍼바이저와 쏙닥 거리다 돌아와 작성할 전표를 내민다.
얼마 되지도 않는 미국 달러 스무 장을 지폐계수기에 넣어 여러 번 센다. 그러다 세 장을 추려 도로 내민다.
"이건 받을 수 없어요."
"왜요?"
"지저분 한 건 안 받거든요."
새 돈은 아니지만 그렇게 더럽지도 않다. 실랑이가 통하지 않아 체념한다.
여직원이 200 파운드와 100파운드 뭉치를 내게 건넨 후 확인증에 서명하라 한다. 꼬질꼬질한 지폐들. 그중 찢어지고 낙서가 된 지폐가 절반 이상이다. 그걸 대충 추려서 창구에 밀어 넣는다.
"바꿔줘요."
여직원이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다.
"지저분 한 건 안 받거든요."
그제야 이해를 한 눈치다.
"이집트 돈은 원래 더러워요."
옆에 슈퍼바이저가 흘끔거리다 한마디 거든다.
"왜 새 돈 받고 헌 돈 주려고 해요?"
내 목소리가 조금 높아져 있다. 주변 방문객들이 나를 돌아본다.
여직원이 주섬주섬 돈을 세고는 서랍을 다시 연다. 그나마 좀 추려 놓은 뭉치에서 그만큼 꺼내 돌려준다.
이러고 싶진 않다. 괘심 해서 그랬을까? 아무런 답은 없다. 받아 든 지폐뭉치는 세상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 주머니 속을 또 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