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은 어디에 있는가
나그네는 마을을 가로질러 들판을 걸으면서부터 바람의 온도가 어느새 바뀌고 있음을 직감했다. 들의 색깔이 옅은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마에 송송한 땀을 한차례 닦아낸 후 그가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군..."
기차를 타고 가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전신주에 눈길을 주었다.
하나 둘 셋... 손가락으로 그 숫자를 유심히 헤아리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어 버렸다.
잠에서 깬 후 고개를 들어 바라 본 앞자리 사내의 검은 뒷머리는 이미 하얗게 새어 있었다.
오랫동안 묵혀 있다 우연히 눈에 띈 앨범 속 먼지를 걷어내고 반가운 사진 몇 장을 조심스레이 들추어 보듯이,
아담과 하와가 잃었다고 생각한 낙원 '에덴'은 그들 고단한 삶이 기억해 낸 좋았던 한 시절의 순간이었을 뿐 끝내 그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