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사회복지

쇼펜하우어의 눈으로 바라 본 사회복지

by 오아시스

흔히 사회복지를 휴먼서비스(human services)라고 말한다. 휴먼서비스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공하는 사람의 어떠한 행위만 있지 형태로는 남아있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마치 쏟아진 물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결과를 증명할 수 없으면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휴먼서비스인 사회복지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분명 과정은 있지만 눈으로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믿을 수 없는 이런 모호한 관계 속에서 사진은 가장 확실한 증명수단이 된다. 그래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업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일은 사회복지사들에게 일상이 됐다. 사회복지사(또는 사회복지와 관계된 사람들)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도 사진을 찍고, 끝나고 나서도 참여자들이 모두 모여 애써 웃는 얼굴로 단체사진을 찍는다. 밥을 먹을 때도 사진을 찍고, 회의를 할 때도 사진을 찍는다. 후원 물품을 기부 받을 때도 또 전달할 때도 사진을 찍는다.


이렇듯 사회복지의 사진은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는 삶의 질과 행복감을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찰나의 순간이 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보인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이 이토록 사진에 집착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사진을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사진을 보고 삶이 더 각박해졌다고 느낀다. 사회복지에서 사진은 행정적 효율성이나 예산의 투명성의 측면에서 당연한 절차로 여겨지지만, 사람들이 사회복지의 현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을 통해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사진은 작은 프레임 안에 세상을 가두는 틀이다. 프레임 바깥의 세상은 사진을 찍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사진의 이미지는 결국 자신이 보고자 하는 세상의 일부만 도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진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사람들은 사진을 인위적으로 조작되지 않고 중립적인 카메라가 만들어낸 진실된 이미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카메라를 쥔 이들의 가치철학과 그것이 놓인 현실적 의지에 따라 사진의 정치적 의미는 꽤나 쉽게 변하고, 그 신뢰성은 끝없이 추락한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사회복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세계는 언제나 ‘주관(인식하는 자)’과 ‘객관(인식되는 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립한다. 객관적 사물로 보이는 것은 실상 주관의 인식 행위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를 본다는 것은 세계의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표상’을 보는 것이다.


사회복지 실천에 있어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바로 이러한 주관에 대한 표상화의 과정이다. 사진은 사회복지의 실질적 모습이나 사회복지사 또는 그와 관계된 사람들의 내면적 변화, 혹은 관계의 깊이를 직접적으로 담을 수 없다. 대신 그 찰라의 순간을 사람들의 주관적 의지에 맞게 ‘보여주는 형태’로 재구성한다. 이는 마치 주관이 세계를 인식하면서 ‘객관’을 형상화하듯,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 실천의 과정을 ‘성과로 보이게 하는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이다.


표상의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또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의지’는 세계의 근원적인 본체이며, 인간의 욕망과 충동, 행위의 근원을 의미한다. 사회복지 실천에서 보여주기식 성과를 남기려는 욕망 역시 일종의 의지의 발현이다. 하지만 그 의지가 구체적인 형식, 즉 ‘사진’이라는 표상으로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의지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의지의 표상’이 된다.


사회복지 실천이 현실적으로 매뉴얼이라는 행정의 틀 속에서 작동해야 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여지는 표상에 집착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진정한 의지로부터 멀어진다. 사회복지사가 (또는 사회복지와 관계된 사람들이)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거나 인간 존엄성의 실현과 같은 사회복지의 본질을 위해 일하기 보다는 객관으로 보여지는 성과만을 위해 행동할 때 결국 사회복지 의지의 본질적 목적에서 벗어나 표상의 세계에 매몰되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사회복지 실천에 중요한 성찰을 던진다. 우리가 사진을 통해 남기는 것은 사회복지의 세계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의식의 표상이다. 따라서 사진은 사회복지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복지를 어떻게 표상하고자 하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진정한 사회복지사의 길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자각하고 그 표상을 넘어서는 데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의 진정한 가치는 “의지의 현상”이 아니라 “의지의 깊이”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오랜만에... 불현듯... 알쓸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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