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오직 인과 의만 있을 뿐이다

사회복지를 하면서 하필 이익을 말하는가?

by 오아시스

요즘에는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K-컬처의 열풍이 대단하다. K-드라마, K-팝에 이어 최근에는 K-뷰티,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글로벌(Global)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했던 한국의 문화가 이처럼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발전한 배경에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만에 이룩한 한국의 경제성장은 6.25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만 했던 대한민국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 그리고 경제성장 과정에서 마치 암 덩어리 같았던 군부독재의 무도한 권력에 맞서 국민들 스스로 민주화를 이뤄냈다. 의식주가 해결되고 자유를 되찾은 사람들은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경제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국민성답게 사회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빠르게 정비되었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전달체계는 촘촘해졌으며, 각종 복지 급여와 서비스는 세분화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대한민국은 서구의 복지국가 못지않게 경제와 문화, 복지가 어우러진 명실상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와 복지가 눈부시게 발전한 배경에는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급하게 하다 보면 어딘가 빠진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밝은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빈곤과 실업, 고령화, 가족 해체와 같은 사회복지의 문제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복지 제도 또한 선진국 수준으로 잘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발생하는 것은 우리 삶의 문제가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의식주 해결, 안정적인 소득보장, 의료와 교육 기회의 평등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삶의 전부라고는 볼 수 없다. 사회복지 제도는 굶주림을 줄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교육기회를 확장하는 등 사회의 구조적 결핍을 완화하는 정도이지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룰 수는 없다.


산업화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사회문제는 사회복지 제도가 보완하는 구조로 우리 사회는 진화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대 사회복지 역사는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거치면서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철학적 기반하에 사회복지 제도가 점진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서구의 것을 그대로 베껴와 급하게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는 장치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사회복지의 중요한 가치는 효율성과 비용대비 효과성, 성과 관리라는 명분 아래 객관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공감이나 윤리적 판단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복지의 급진적인 제도화 과정은 지금까지도 심각한 철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와 문화, 복지는 선진국 수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시민의식, 특히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날이 갈수록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공동체는 와해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를 자신과는 무관한, 가난한 자와 약자를 위한 시혜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사회적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회복지를 배격하며 하루하루 맹목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현대 사회는 나의 이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이익을 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우리가 저녁에 고기 안주에 와인 한 병을 비우고 빵으로 입가심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양조장, 빵집 주인들의 자비 덕이 아니라, 그들이 물건을 열심히 팔아 돈을 왕창 벌려는 각자의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물건을 만들거나 파는 사람의 인간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할 따름이며 거지 말고는 누구도 동료의 자비에 전적으로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주의라는 말 자체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이익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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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호는 사천(沙泉), 윤동주와 쇼펜하우어를 동경하는 염세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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