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시사상식과 같은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일로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스스로 던지는 질문처럼 아주 철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회복지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의미 다르게 받아들인다. 보통 사람들에게 사회복지는 그저 살아가는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쉽다. 평소에 먹고 살 만하다고 생각이 들 때는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도 직장을 잃거나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가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해주는 당연한 지원책으로 여긴다. 그런데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들처럼 사회복지를 일로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복지는 분배의 공정성과 실천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이러한 공정성과 정당성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사회복지를 일로 할 때는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행동할 뿐이다.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따위의 철학적 질문들은 웬만하면 피하려고 한다.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철학은 왠지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삶에 대한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듯이 사회복지를 실천하는데도 사회복지의 근본 가치와 철학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회복지 철학을 고민한다고 해서 흔히들 일컫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같은 정치적 이념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단지 진리(眞理, truth)를 탐구하는 노력일 뿐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의 철학이라는 것 또한 사회복지의 진리를 탐구하는 노력쯤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굳이 사회복지가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인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지만, 그저 완벽하고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존재를 상상하며 진리를 찾아 헤맸었다. 막연하지만 그러한 진리탐구의 여정에서 철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인간은 철학을 통해 기존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기존 지식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이미 주어진 것에 대한 반성 없이는 인류의 역사도 없었을 것이고 철학도 무용지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철학은 사회복지의 (완벽하고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회복지의 역사와 지식, 그리고 경험에 대한 자기반성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철학적 자세쯤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최근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목격되는 사회복지현장은 혼돈(chaos) 그 자체다. 사회복지에도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이 바로 사회복지정책이고,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사회복지 철학이라는 것도 정치적 진영논리에 휩쓸려 자기 이익에 따라 다르게 왜곡하고, 또 누군가는 사회복지를 통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철학적 자세라는 것도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매뉴얼을 아무런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자기반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간혹 철학이 있다는 사람들마저도 그럴싸한 논리로 현실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괴짜라고 핀잔을 받기 일쑤고, 아니면 현실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혀 조직에서 왕따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 철학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영영 현실에서 사회복지에서 진리라는 것을 찾기란 어려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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