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리페어
나는 한번도 아빠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보고 싶어 하는 '감각' 자체를 일으키지 않았다.
어린 나에게 이별은 선택이 아닌 통보였고,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마음의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
보고 싶어 하는 순간 무너질 것을 알았기에,
나는 아빠라는 존재를 내 인생에서 아주 명료하게 도려냈다.
어느날 우연한 이유로 아빠에게 듣고 싶고,
내가 아빠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찾게 되었다.
아빠에겐 아빠조차 어찌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생겨서,
잠시 마음의 동굴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아빠가 나를 버린게 아니라,
아빠라는 사람에겐 그 동굴 밖으로 나올 힘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아빠를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우리는 충분히 즐겁게 놀았고,
이제는 아빠가 가야 할 시간이 되어서
아쉽지만 인사를 나누는 거라고.
나에게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다.
"아빠에게 이해못하는 일이 생겼는데,
딸이랑 더이상 놀지못하게 됐다고
아빠가 너랑 잘 놀다 이제 가야겠다고
고마웠다고, 아빠 딸이 되어줘서
진짜 고마웠다고."
본인도 그 어두운 곳에서 나의 밝은 웃음소리를
얼마나 그리워 하셨을까?
"나를 버린 게 아니라, 아빠는 그냥 아픈 사람이었구나.
동굴 밖으로 나올 힘이 없는 연약한 존재였구나"
이제 내가 아빠보다 훨씬 큰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어
동굴 입구에서 아빠가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린 나에게,
지금의 어린 내가 가서 말해주는 것 같다.
"라라야, 아빠는 못나오는 게 아니라 안 나오는 거였어.
하지만 아빠 마음은 늘 너랑 놀고 싶어 했단다."
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