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소리

육아일기 2

by 엉망
살구야, 오랜만에 쓴다. 좀 늦었지만 너의 심장 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그 느낌을 적어두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천천히 떠올리며 컴퓨터를 켰어.

매순간이 그렇겠지만, 아이를 만나면서 특히 감격하는 순간이 처음 심장소리를 들을 때라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단다. 물론 아빠도 그랬지. 그런데 한편으로 아빠는, 불안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어. 아빠 자신에 대해서.

우리 살구 심장은 아주 빨리 뛰었어. (의사 선생님 말씀이, 엄마 뱃속에 있는 아이 심장은 어른들보다 훨씬 빨리 뛰어야 하고 그래야 건강한거라고 하셨어) 그렇게 작은 심장이, 그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뛸수 있다는 걸 아빠는 몰랐어. 그리고 그 심장이 절대 멈추지 않게, 적어도 앞으로 100년 정도는 멈추지 않고 잘 뛸수 있도록 아빠와 엄마가 함께 지켜내야만 한다는 것도, 미처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지. 너무 소중해서 동시에 너무 불안하기도 한 그런 감정이었던 것 같아. 내가 잘 할수있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살구의 심장이 뛰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을까. 그중엔 어렵고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있을 텐데, 우리 살구 심장이 잘 버텨내겠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었어.

하지만, 걱정과 불안은 그것대로 남겨두기로 했어. 그런 것들이 때론 더 잘할 해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게다가 살구의 심장이 쉬지 않고 뛰게 될 그 긴긴 시간동안, 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즐거운 일을 경험하면서, 상상도 못할 만큼 커다란 행복을 누군가와 주고 받게 될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이 보고 듣고 느끼게 될지. 심지어 가끔 있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나 슬픔들조차 우리 살구를 더 풍부하게 해줄테고.
아빠는 그렇게 믿으면서, 앞으로도 살구 심장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뛸수 있게 도울거야. 물론 엄마도 함께. 그러니 살구도, 살구 심장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해.



#1. 지난번 이후 아주 오랜만에, 늦게서야 일기를 쓰게 됐다. 처음엔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볼때마다 마구잡이로 밀려드는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냈고, 조금 더 지나서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다. 새 생명을 맞이한다고 해서, 나도 새로 태어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부끄럽게도.


#2. 극초기를 지나고 나니 일주일에 한번이 아니라, 2주나 한달에 한번 정도만 병원에 가게 됐다. 아직 태동이 없기 때문에 엄마도 나도 아이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은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보는 것 밖엔 없다. 그래서 아직 실감이 안난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성별조차 모르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도 구체화가 잘 되지 않고, 한계가 있다. 하지만 떠올릴때마다 막연히 기분이 좋긴하다.


#3. 물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 가서 조금이라도 커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또 뇌와 뼈, 팔과 다리처럼 새로 뭔가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면 신기하고 마음이 벅차지지만 한편으론 걱정거리도 하나씩 더 늘어난다. 더 커야 하는데 충분히 크지 못한 건 아닐까, 제대로 잘 생겨나고 있는 걸까, 엄마가 편안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잘 큰다는데 내가 충분히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걸까, 영양분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게 잘 챙겨야하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등등. 고민도 그만큼씩 들고 돌아온다.


#4. 하지만, 아빠도 엄마도 아이도 모두 처음인 걸.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거니까. 우리 셋 모두 잘 해낼거다. 아무튼 지금까지 살구는 조금의 문제도 없이, 아주 잘 해주고 있다. 엄마도 물론.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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