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1
안녕 살구야. 엄마는 너를 만나기 위해 그 좋아하는 회도, 이 더운 여름에 한잔의 생명수나 다름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새로 간 회사 동료들과 친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시원한 맥주 한잔도 모두 참고 있단다. 하고 싶은거 다 하는 아빠는 안타깝고, 또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조금 미안하기도 해. 그래도 살구가 앞으로 줄 행복, 우리가 만나게 될 귀여움을 자주 상기시키며 엄마를 응원하고 있다. 너도 건강하고 착하게 나타나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렴.
#1.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 3일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조금씩 출혈이 있다고해서였다. 첫번째엔 아내 혼자 병원을 찾았기 때문에, 내가 병원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신 극초기는 아주 위험한 시기라고 하도 말을 들어서 덩달아 긴장이 됐다. 아내 직장 근처에 있는 작은 여성의원이었는데, 작지만 깨끗했다.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고, 흔히 있는 착상혈? 같은 증상이었다. 의사선생님이 매우 친절하셨다.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곤 마지막에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다. 확실히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을 때와는 달랐다. 그만큼 우리가 중요하고 예민한 과정에 있구나, 감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이 과정 자체가 큰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2. 고작 3일만인데, 그리고 살구는 사실 형체도 아직 없는데(의사선생님은 “이 시기엔 너무 보실 수 있는게 없어서ㅎㅎㅎ”라고 웃으셨다), 놀랍게도 큰 변화가 보였다. 아기집이라고 부르는 그 공간이 3일 전 초음파 사진에서보다 확연히, 한 두배 정도로 커져있었다. 내가 본게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쑥쑥’이라는 수식을 붙여도 될만큼의 변화같았다. 이제 제 모습을 갖춘 살구가 얼마나 ‘쑥쑥’ 자라게 될지 궁금하다.
#3. 주말사이 장모님과 장인어른, 처제들에게 먼저 임신 소식을 전했다. 우리 엄마의 경우 되도록 말을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실은 매우 간절하게, 되도록 빨리 아이를 가지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느껴질 정도로. 그래서 당장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너무 빨리 말씀드렸다가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만큼 실망도 크실테니까. 대신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너네가 행복하면 되니까 아이는 편할대로 해라” 정도였기 때문에 조금 빨리 말씀드릴 수 있었다. 물론 장인어른은 속으론 엄청 원하셔도 티를 내지 않으시니, 진심은 잘 모르겠지만 ㅎㅎㅎ 아무튼 소식을 전해드리니 두분이 아내와 처제들을 가졌을 때, 그리고 육아하면서 겪은 일들을 말씀해주셨다. 미안했던점, 힘들었던점 등등. 아이에게 미안함이 남지 않게, 그러면서 부모도 너무 힘들지 않게, 지혜롭게 맞이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 역시 부모는 처음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4. 육아일기를 쓰겠다며 시작했지만,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어서 내 생각밖에 쓸게 없다 ㅎㅎㅎ 다들 지금의 이 평온을 즐겨라, 아이가 태어나면 전부 다 끝(뭐가???)이다, 라고 조언해준다. 조언을 따라야 겠다. 아 평온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