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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01. 2024

두려움 → 감동 → 사랑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데, 누나 서울 작은 누나 집에서 하루 자고 왔거든.

6월 29일 토요일, 너와 내게 길이길이 특별할 날이었잖니.

작은 누나 도움 받아 계약서 사인하고 집에 들어온 거야.

나이롱 주부의 심상한 외박.

유주 부녀는 저녁으로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데, 누나는 이 더위에 우리 ‘식도락회’ 회장님께서 손수 구워주시는 삼겹살에 각종 쌈채소까지 은혜롭고 푸짐한 저녁 만찬을 대접받았지 뭐니.

그래. 그 식도락회 아직도 건재하지.

작은누나 부부에 우리 모녀로 구성된 먹는 데 진심인 사람들의 모임.

가족들 다 모여 먹고 마셔도 꼭 이 멤버만 끝까지 남더라고.

유주가 최연소 정회원이잖아.

나의 제부, 그러니까 우리 김서방이 이 모임의 우두머리.

늘 한결같이 솔선수범하시는 대인배시란다.

회장님 하사하시는 삼겹살에 축하주를 곁들이며 강산이를 추억했어.

누나 강산이 처음 만났을 때 옆에도 못 갔었잖아.

어릴 때부터 유난히 멍멍이를 무서워했던지라 솔직히 덩치 큰 네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라.

안내견학교 입소해서 며칠은 진짜 잠도 못 잤다니까.

양치시키는 법 훈련하면서 매번 내가 혼자 못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서 주의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네 턱과 입을 못 잡겠는 거야.

그랬던 바보 누나를 보행 훈련 한 방으로 완전 무장해제시킨 너였어.

어쩜 그렇게 똑똑할 수가 있었니.

훈련받은 대로 정확한 절도 있는 직업군인 같았어.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앞발만 턱에 올려놓고 딱 멈추는 그 몸짓.

BTS 칼군무?

비할 바, 아니었지.

강산이와 보행하며 서로의 몸짓과 보폭, 속도와 리듬을 알게 되면서 두려움은 감동으로 바뀌었어.

사랑하게 된 거야. 너를.

누나가 누워 있으면 천연덕스럽게 내 배를 베개 삼아 잠을 청했잖아.

네가 곤히 잠들면 코가 바짝 말랐어.

머리 쓰다듬고, 목덜미 만져주고, 코 고는 소리에 킥킥거리며 조심스럽게 베개 인간이 움직이는 거야.

잠든 아기 눕히듯 꼭 그랬다.

 작은 누나랑 얘기하며 끈질기게 민원 넣던 밉상 아저씨도 소환했네.

놀이터 한구석에서 배변 뒤처리 철저하게 했는데도 뭐가 그리 싫으셨을까!

정작 놀이터 주인 꼬마들은 너만 보면 귀찮을 정도로 환호하며 말도 못 하게 좋아라 했었는데….

누나 가슴에, 우리 가족 마음 마음에 여전히 반짝이는 별!

내 평생에 다시없을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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