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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16. 2024

컨실러가 웬 말

유주가 벌써 화장을 해야겠대.

선크림 정도야 누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녀석 교회 갈 때는 누나 몰래 조금씩 하는 모양이야.

왜 그 예쁜 얼굴에 굳이 그림을 그리냐고.

쉐도우니 파운데이션이니 노래를 부르더니만 이번엔 컨실러가 필요하시단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안 된다 한들 먹히지도 않아요.

이왕 할 거면 좋은 화장품 써야 한다고 당부할 밖에.

주일 예배 마치고, 친구랑 시내 쇼핑을 다녀오셨어.

모처럼 할머니께 받은 용돈도 있겠다 작심하고 나간 거지.

화장품만 샀더라고.

퍼프도 새로 사서 매우 만족스러운 소비였다며 함박웃음이시다.

사실 누나는 이 나이 먹도록 화장품 이름도 잘 몰라.

막내 누나도 나랑 비슷해서 늘 작은 누나에게 물어보고, 확인하고….

명품이 뭔지, 어떤 브랜드가 유명한지 아예 관심이 없는 거야.

주변에 보면 전맹인데 귀신같이 화장 잘하는 친구들 있어.

외모에 퍽이나 신경을 쓰면서 쌍꺼풀수술도 박피도 하더라고.

그러고 보면 환경적인 요소는 사람 사는 데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 모양이야.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하잖아.

아마 누나는 눈이 보였어도 ‘여자여자’한 캐릭터는 못 되었을 듯하네.

 호르몬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성장기 청소년들이 무슨 다이어트냐고.

이거 비밀인데, 우리 집 학생 있잖아.

엄빠가 밥 먹으라고 그렇게 사정을 해도 다이어트다 뭐다 귓등으로도 안 들어서 걱정이 태산인데, 하교 후에 혼자 라면을 무려 두 개나 끓여 드셨다는 사실.

너구리와 안성탕면 봉지가 두 개 나란히 발견되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는….

처음에는 맹렬하게 한 개 먹었다고 발뺌하시다가.

“너구리 먼저 먹었어? 안성 먼저 먹었어?”

아빠 질문에 바로 낚이신 거야.

“안성 먼저 먹었는데…”

“아이고, 돼지야 돼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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