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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한 접시 추가요

by 밀도

토요일 아침인데, 출근하는 평일과 똑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외출 체비를 했어.

한밤 중인 유주가 깨지 않도록 살그머니 식사를 했네.

오랜만에 조그라미를 만나기로 했거든.

여유 있게 장애인 콜택시를 접수했는데도 결국 일반 택시를 타야 했어.

기차가 정차하는 지역마다 조그라미와의 추억이 서리서리 쌓여 있었으니.

공주를 지나면서는 수국꽃이 떠오르고.

‘언젠가 짙푸른 가을날 친구 차를 타고 공주대학교 수국꽃을 구경했었더랬지.

그날 함께 먹은 밤빵과 타르트 완전 꿀맛이었는데….’

천안아산 지날 때는,

‘그 어마무시한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 아직도 영업 중이겠지?

그날 번개로 만나 마음에 꼭 드는 여름옷 한 봇다리 쇼핑했었는데…’

수서역에 내려서는,

‘여기 잔디 광장에 앉아 조그라미가 싸 온 김치볶음밥이며 핑거 푸드를 달게도 먹었었구나.’

반가운 친구와 접선을 했어.

차에 타자마자 조그라미 추천템들을 쏟아 놓는 거야.

언니 정말 못 말려요.

“이 비누로 속옷 빠니까 너무 깨끗하고 좋더라. 써봐.

이거 여에스더 추천 선크림인데 백탁도 없고 아주 좋아. 써봐.”

“흐미 나 오늘 선크림 사려고 했는데 어찌 아시고?

돗자리 까셔야겠어.”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지?

강산이도 조그라미 누나랑은 추억이 많잖아.

우선 스벅에 자리를 잡았어.

맛있는 샌드위치와 향기로운 커피를 앞에 놓고서 글쎄 조그라미가 이 책중독자에게 따끈따끈한 신간 서적을 읽어주기 시작했나니.

심지어 저자 친필 사인본을 말이야.

이 몸의 눈 빼고 코, 입, 귀가 몽땅 호강독에 빠지셨도다.

응 조그라미 언니도 특수교사거든.

아주 자매가 ‘천사’ 십니다.

언니 동료 중 훌륭한 작가가 계셨으니, 이름하여 공 진 하 선생님.

누나가 몇 년 전에 우연히 『내 이름은 이순덕』이라는 동화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알 고 보니 저자가 언니 동료 샘이더라고.

공진하 선생님께는 그냥 언니 지인 중에 독자가 있다 인사를 전했더랬는데, 잊지 않으시고 이번에 나온 신간을 챙겨주신 거야.

조그라미는 또 누나 그거 직접 전해 준다고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책 받으러 먼 길 다녀오고.

고맙고 고마운 친구여!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책을 만져봤어.

앞날개 글귀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며 목차, 뒷날개까지 조그라미가 읽어줬다.

김소영 시인이 무려 추천사를 쓰셨더라.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우아하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듣는 실시간 낭독이라니.

완벽, 그 자체로고.

다음 코스는 쇼핑.

여름이 갔으니 긴소매 때때옷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어?

쇼핑센터 광장에 분수 소리가 영락없이 파도 소리 같은 거야.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조그라미에게 말했지.

“친구야 눈 감고 들으면 이 소리 제법 파도 소리 같다.”

“어, 맞네.”

조그라미라서 누나가 이런 엉뚱한 소리도 편하게 해.

오후에는 누나 염색도 했다.

나는 알 수 없는 내 외모를 살펴주는 눈이 필요하다 말하는데, 여부가 있겠습니까.

흰머리나 검은 머리나 갈색 머리나 내 손에는 그저 머리카락인 것을.

유주 딱 알아보더라고.

눈썰미 매서운 녀석.

김치찌개로 거하게 저녁을 먹은 우리,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놀다가 어둑어둑해져서야 아쉽게 안녕을 했단다.

흰 지팡이 펴고, 씩씩하게 혼자 지하철에 올랐어.

환승을 해야 하는데 웬 방송 소리가 그렇게 작냐고.

영어 듣기 평가는 저리 가라 집중집중.

나의 안전 가옥 민찬네서 예약도 비용도 없이 Sweet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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