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는 알지?
누나가 얼마나 딴짓 대마왕인지.
그 옛날 학생 시절에도 문제지를 여기 풀었다 저기 풀었다 했던 것은 기본이요, 책도 이 책 봤다 저 책 봤다.
직장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 불려 갔다 저리 불려 갔다.
여기 전화했다, 저기 전화받았다.
살짝 나 ‘ADHD’ 아닌가 싶을 때가….
이런 분주함이 썩 즐겁단 말이지.
오히려 바쁘게 뛰어다닐 때 잡생각이 없어지면서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그런데, 그런데.
이 몹쓸 딴짓을 누나 제자 그것도 수제자가….
공강 시간, 옆교실에서 수업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복도를 울리는 현장에서 카톡 알림음이 울렸어.
“선생님, 교과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왜 이렇게 2학기 들어 수업에 집중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억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선생님 추천해 주신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다 읽었습니다.
점자 시간에 소개해 주신 시들도 그랬지만, 내용이 너무 유머러스하고 공감되어 짧은 분량이 아쉽더라고요.
선생님은 독서를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좋은 읽을거리 있으면 또 추천해 주세요.”
와우, 지금 수업 중인 교실에서 이런 카톡이 날아오다니.
이를 우짜까.
학령기 학생 아니니 ‘폰압’도 안 되잖여.
50대에 손가락 감각으로 무려 6개월 만에 점자를 줄줄 읽고 쓰는 어마무시한 모범생께서 이 무슨 일탈이십니까?
어울리지 않소이다.
완벽주의 핸섬가이 교회 오빠 학생에게 부러 쉬는 시간에 답을 보냈어.
“헉, 딴짓은 제가 전문인데….
추천해 주신 프랑스 소설은 저도 읽어볼게요.”
그 좋아하는 딴짓 엄두도 못 내게 누나 일이 많았구나.
퇴근 후에도 타시도 맹학교 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사안 하나를 조사했어.
대부분이 대학 선·후배 거나 맹학교 선·후배인데….
다들 ‘열심’이시더라.
밤 10시가 다 되도록 누군가는 대학 강의를 마쳤다 하고, 누군가는 해외 연수 중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학교 업무뿐 아니라 다른 단체 일까지 봐주고 계시다는 게 아니겠니?
그야말로 ‘넘 사 벽’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