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하루 묵었으니 그냥 내려올 수는 없잖여.
경기도에 사는 막내를 불러 올렸지.
모처럼 세 자매 명동 번개가 성사됐어라.
우리 가족의 오랜 단골, 명동교자에서 칼국수를 한 그릇씩 비웠어.
육수, 사리 리필은 기본이지.
거기 테이블 엄청 다닥다닥 붙어 있잖아.
갈 때마다 조용한 일본인들이 바로 옆테이블이라서 살짝 신경이 쓰였지만….
그래도 먹을 건 먹고, 할 말은 해야지요.
남산 산책로를 걸었어.
흰 지팡이 든 시각장애인들이 호젓이 혼자 걸을 수 있는 평화의 길.
뙤약볕이어도 그늘은 제법 시원해서 성큼 다가온 가을가을이 은혜롭도다.
땀 뻘뻘 흘려가매 15000보를 걸었건만, 얄미운 토스 만보기 녀석.
“라면 한 그릇만큼 불태우셨네요.”
1000원 주고 찐 살, 100000원 주고 뺀다더니.
갈 길 멀기만 하구나.
동생들에게 영화 『그녀에게』를 추천해 주고 시골 맹인 후퇴.
인천에 볼 일이 있었던 유주 아빠를 만나 함께 귀가했거든.
신혼 때는 남편이 친구 만나 묻지 마 외박을 한 날이면 어디서 잤는지,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등짝 스메싱도 날렸더랬는데, 노부부 모양으로 궁금할 것도 불안할 것도 없음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