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KM 걸은 건데 이렇게나 다리가 욱신거릴 수 있단 말이니.
오랜만에 가기는 했지.
이전 등산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 말이다.
오늘은 유주 친구가 동행을 했어.
아가 때부터 같이 커 온 녀석들이라 걸으면서도 쉼 없이 조잘조잘.
참 웃기지?
타인의 눈이 있으니 우리 가족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지는 거야.
우선 ‘나’부터가 그랬어.
그냥 모양 빠지게 헉헉거리는 꼴을 덜 보여주고 싶달까.
체력이 저질이라 감출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는 뚱뚱한 이 아줌마 표정이며 속도며 그래도 관리를 해야 할 것 아니겠냐고.
원래 우리 세 식구 가면 전속력으로 왕복 9KM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오늘은 손님도 있고 하여 전에 없이 약식 하산.
가을가을한 10월은 축복이므로.
향기도 바람도 좋더라고.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영양가 있는 일요일 오후를 보냈구나.
부랴부랴 저녁밥을 지었어.
쏟아지는 잠을 밀어내며 밥알을 씹었지.
아빠가 끓인 된장찌개를 유주가 달게 먹었어.
유주 밥 잘 먹는 날이 우리 부부 웃음보 터지는 날이잖아.
설거지도 미뤄 놓고 오른쪽 무릎에 핫팩을 올렸어.
매번 부녀 배에 올려주던 팩인데, 오늘만큼은 ‘내 손 내 팩’.
센스 있는 남편 스스로 설거지를 하시더라고.
오오오, 매우 좋아!
새로운 월요일이 다가오는구나.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야.
송암 박두성 선생님께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창제하신 ‘훈 맹 정 음’
그리하여 내일은 기념행사가 있네.
저녁에는 독서토론이 있어.
이번 지정 도서는 교보문고에서 나온 『시대예보-호명사회』
하루 전이 되어서야 벼락치기로 완독.
술술 잘 읽히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라.
핵개인의 시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호명할 때 비로소 완결되는 각자.
분석 ‘마비’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폭포 같은 정보 앞에 지레 탈진되고 마는 나 혹은 우리에 대해 송길영 저자가 아주 적확하게 꼬집으셨더라고.
혜택의 고마움과 피로감, 철저함의 숨 막힘, 암묵적 소통의 붕괴, 물경력과 조직 속 빌런 등.
증거주의에 입각한 개인의 기록 축적이 재산이 되는 시대라는데….
생계 혹은 생존, 그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강산이가 누나 좀 알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