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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by 밀도

강산아, 오늘은 누나 학교에서 특별한 미팅이 있었어.

착한 기업 ‘카카오’에서 공들여 제작한 점자 달력을 기증해 주신 거야.

“카카오는 우리의 소중한 순간을 이어 일상의 흐름을 만듭니다. 2025년, 손끝에서 펼쳐지는 모두의 한 해를 카카오 점자 달력으로 만들어 보세요.”라고 점자로 써 있고.

달력 가장 앞장에 2025년도 휴일 모아보기가 있어요.

오오오, 좋아 좋아!

토요일마다 음력 날짜를 표시해 주셨네.

강산아, 2월 3일이 한국 수어의 날 이래.

3월 3일은 대체공휴일이구나.

21일은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

Oh, my god!

강산아 강산아, 4월 30일이 세계 안내견의 날 이래.

넌 알고 있었어?

6월 27일은 세계시청각장애인의 날, 10월 30일은 장애인 직업 재활의 날, 11월 22일 김치의 날까지….

‘과연 세상에는 이렇게 많고 많은 기념일들이 있었구나.’

오늘 누나 처음 알았잖아.

유주가 그토록 좋아해서 책상 위 피규어며 덮고 깔고 자는 이불 캐릭터 춘식이가 고양이였다는 사실.

춘식이 그림이 양각으로 인쇄되어 있고, 이런 설명이 써 있어.

“춘식이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스트릿 출신 길냥이예요. 행복할 때는 발그레해지며 웃지만 화가 날 때는 미간과 볼에 힘이 들어가는 고양이랍니다.”

이밖에도 무뚝뚝하고 수줍음이 많은 라이언, 애교가 많고 귀여운 어피치,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 힙합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제이지 등 등.

강산아 누나는 무지 이모티콘 음성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진짜 단무지인 줄 오늘 알았다니까.

점자로 써 있는 설명과 그림을 만져 보니 새롭고 신기하고 뭔가 눈감은 사람들도 온전한 1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늘 0.5% 혹은 불완전 세계에 사는 종족인지라.

이 달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고민과 품과 협업이 필요했음을.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구나.

강산아, 누나 집에 소녀가 한 달에 한 번 걸리는 마법 주기를 체크하느라 점자 달력 위에 스티커를 덮어 붙이고 있었어요.

고런 개별 니즈까지 고려하사 세상에나 달력 뒷장에는 각종 모양과 숫자로 점자 스티커를 마련해 두신 거 있지.

우리가 기념하고 싶은 날짜에 자유롭게 스티커를 붙여서 표시할 수 있도록.

완전 센스쟁이 디자인의 신들이십니다.

달력 제일 아랫부분에는 월별로 점자 색인이 찍혀 있어서 그 부분만 만져 보면 한 번에 필요한 페이지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이 작업을 한 땀 한 땀 정말 수작업으로 하셨다는구나.

카카오 주식회사 디지털 접근팀원께 직접 제작 과정을 전해 듣는데, 순수 감사, 감탄이….

카카오는 장애인 직원수가 무려 300명이 넘는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이행하지 못해 벌금을 내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이니.

고맙고 고마운 기업이 로고.

참! 그동안에는 아주 오랫동안 한화 그룹에서 점자 달력을 보급해 주셨더랬어.

한화가 깔끔한 스탠더드 버전이라면 카카오는 취향저격 MZ 버전이랄까.

선한 영향력을 가진 귀 기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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