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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꺾인 사람들

by 밀도

26학년도 이료재활전공과 신입생 면접 심사를 했다. 매년 이맘 때면 본교에서 진행되는 입학 전형이다. 현재 내가 담임하고 있는 우리 반 학생들도 작년 그 장소에서 처음 대면했다.

잔뜩 긴장하고 면접에 응했던 병아리들이 지금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재미나게 웃고 먹고 배우고 말한다. 하나같이 성격들도 좋아서 학급 분위기도 명랑하다.

두 개의 중간고사와 한 개의 기말고사를 쳤고, 두 번의 소풍을 다녀왔으며, 한 번의 방학을 경험하는 동안 쭈뼛거리며 입학했던 새내기들이 완연한 학생이 되었다.

원래부터 1학년 교실 주인이었던 것처럼 익숙한 몸짓으로 월, 화, 수, 목, 금 시간표를 산다.

하루 두 시간 안마 실습은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을 견뎌내야 하고, 서로의 몸에 하는 연습 시간이 쌓일수록 친밀감도 증폭된다. 팔, 다리, 어깨, 허리 할 것 없이 아픈 곳을 만져 주고, 살피면서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흑역사를 풀어놓는다.

“난 밤에 횡단보도 건너다가 턱을 못 봐 가지고 아주 데굴데굴 굴렀잖아요. 진짜 아파서 죽고, 창피해서 죽고.”

“나는 식당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알고 보니까 미용실인 거야. ”

“코로나도 나 시각장애인이라고 피해 가더라.”

오늘 처음 만난 입학 지원자들도 1년 지나면 이런 농담을 할 수 있을까?

한 지원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 공평하다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제껏 건강하게 150KM 속도로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걸어가는 인생이라고요.”

혹자는 데이터베이스 개발자였고, 혹자는 명문학교 교사로 사회적 책무를 다 했던 사람들이 꺾인 날개를 부여잡고서 엉엉 울지도 못한 채 SOS를 보낸다.

이 나라 곳곳에 특수교육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다행 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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