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독자님들은 어떻게 이 더위를 이겨내고 계신가요?
에어컨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올여름에는 심심찮게 쿨파워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끈적한 더위엔 뭐니 뭐니 해도 머리부터 찬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명약이지요. 시원한 빙수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지친 심신을 달래줍니다. 덥고 습해도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독자님들이 계시겠지요?
일찍이 김신회 작가는 〈아무튼 여름〉이란 책에서 여름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다채롭게 풀어놓았더랬지요.
독자님들도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벌써 45권이 넘게 출판되고 있는데요. 최근에 발간된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를 비롯해서 〈아무튼 메모〉,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식물〉, 〈아무튼 아이돌〉, 〈아무튼 언니〉, 〈아무튼 술〉 등등 다양한 ‘아무튼’들이 흥미롭습니다. 만약 독자님들이 〈아무튼…〉을 쓰신다면 어떤 타이틀을 택하시겠어요?
오늘 저는 〈일간 이슬아〉, 〈심신단련〉, 〈새 마음으로〉 등을 쓴 이슬아 작가와의 예술적 인터뷰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그녀와의 인연은 2018년에 시작되었어요. 매일 한 편씩 에세이를 써서 메일로 발송하는 어마 무시한 프로젝트를 젊은 작가는 단행했고, 저는 수천 명의 구독자 중 1명이었어요. “일간 이슬아”는 “EBS 이스라디오”로 성장했고, 저자로서 그녀의 지평은 저돌적으로 팽창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온·오프라인 서점 판매고 1위는 물론 문학계에 문익점이라 불릴 만큼 쇄도하는 북토 크며 강연이며 공연 스케줄이 넘쳤지요.
일간 이슬아를 애독할 때 인터뷰 원고와 함께 게재되는 사진에 목소리 실황이 첨가되었으면 싶었습니다. 메일로 의견을 개진했고, 즉각 반영되었어요.
지난 6월 〈창작과 농담〉을 발간하고, 군산 마리서사에서 진행한 북토크 현장에서 우리는 처음 대면했습니다. 저자와 독자로 4년여간 알고 지내서였는지 처음 맞잡는 손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두 시간 남짓 북토 크는 짧기만 했습니다.
이튿날 오후 우리는 익산 지역 한 카페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마주 앉았어요. 서로의 저서를 탐독한 독자이자 저자로서 소재는 푸짐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사진작가 이훤 역시 환상의 파트너였어요.
시각장애인으로서 특별 혹은 차별이 아닌 그냥 쓰는 사람으로 통하는 어떤 유대감이 퍽 푸근했습니다. 딸과의 에피소드, 고장 난 눈에 대한 생물학적인 현상, 원고 작업에 필요한 기계적인 테크닉, 비장애인들에게 신세계처럼 보이는 스크린리더, 한소네, 책마루 등 저라는 사람이 쓰고 읽고 듣는 도구들을 즐겁게 소개했어요. 제가 평소 쓰지 않는 물건 세 가지를 궁리하는 미션도 재미있었습니다.
전맹인 저는 여성이지만 거울을 사용하지 않아요. 작가지만 연필이나 볼펜을 쓰지 않고, 캄캄한 밤에도 손전등 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동물이었습니다. 사방의 실시간 비언어 정보를 놓치기 쉽고, 소리가 있는 곳에서만 뇌가 작동하는 생물체이기도 하더라고요. 텍스트든 사운드든 언어가 있어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한 제게 점자와 소리는 그야말로 구원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언어에 대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슬아 작가와의 대화는 그래서였는지 특별히 깊은 맛이 났어요. 충분히 공감하고 교감하며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이훤 작가가 외치는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피사체 둘의 표정과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했지요. 언어 → 소통 → 이해로 전개되는 관계 구축이 한 시각장애인의 지평을 한 뼘 더 넓혔습니다.
인터뷰. 참 매력적인 장르예요. 정갈한 진심이 오가고, 알지 못했던 세계가 열리고, 한 사람을 넉넉히 이해하게 됩니다. 가까운 지인이 다시 보이고, 한 생의 고유한 빛깔이 밀물 같은 감동으로 흘러듭니다. 설레고 고마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녀가 기획 중인 언어 전시회가 평범을 사는 이들의 시야를 넓히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라요.
언어 → 소통 → 이해의 관계 공식을 일상에 적용해 봅시다. 김윤나 작가는 “말그릇”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상냥한 어투로 전달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말하고, 경청을 통해 요구 사항을 수용함으로써 진척되는 대화야말로 수학 문제풀이 해설 같은 모범답안일 거예요.
써놓고 보니 글도 말도 갈 길이 아득하네요. 혀와 귀가 나와 너를 긍정하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의 건강한 여름을 기원합니다.